제 실력을 마주하다.

by 미래

배드민턴을 친지 3개월, 제대로 된 레슨은 고작 한 달. 게임을 같이 치는 사람들에게 처음 라켓을 잡은 날보다 지금 조금 실력이 늘지 않았냐며 괜히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말로는 그랬지만, 실상은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칭찬받으면 더 힘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레슨은 어렵고 힘들다.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에게 레슨 시간은 두렵기만 하다. 나의 단점을 계속 확인해야 하고, 실력이 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자괴감에 빠져야 하며, 같이 레슨을 하는 사람들 보며 비교당해야 하고, 애써 외면하며 내가 배운 것을 복습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도 강한 멘탈로 견뎌야 하고 늘 실력이 제자리인 나를 가르쳐야 하는 코치선생님의 심란한 표정을 마주 봐야 한다. 그럼에도 신경 써야 하는 자세와 스텝, 스윙은 신경 써야 한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되던 것도 안된다.


한 달째 실력 제자리. 늘지 않는 실력에 답답하기만 하다. 여전히 반복되는 실수, 무의식적으로 몸에 배어버린 습관. 결국 코치선생님이 레슨 받는 영상을 찍어 보여주셨다. 내가 하는 실수들을 따라 그대로 보여주셨지만, 믿기지 않아 하자 실제로 내가 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고 했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니, 코치선생님이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 내가 하고 있었다. 근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니. 맨 정신으로 두 번 볼 영상은 아니었다. 겨우 붙잡고 있던 정신이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체육관에서 가출했던 영혼을 다시 잘 챙기고, 집 가서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온전한 정신으로 나의 실수를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았어도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면 반복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관이었고, 심지어는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따위 자세로 레슨 받고 있었구나.’ ‘이래 놓고 자신감만 넘쳤구나.’ 부끄러웠다.


하지만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는 시기를 미뤘다면, 레슨 한 달이 아니라 세 달째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테고, 고쳐지지 않는 습관에 나도 코치선생님도 지쳤을 것이다. 먼저 매를 맞는 것이 오히려 나을 때가 있다고, 이제 나의 실수와 습관을 인지했으니 고칠 일만 남았다. 물론 고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머리로는 너무 잘 알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알았으니 힘들더라도 해결만 한다면, 배드민턴 실력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이제부턴 내 노력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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