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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찰기와 윤기, 최강 밥맛 귀도 (만생종 반찰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찰진 밥의 모범



귀도는 한자로 거북 귀를 쓴다(龜稻). 거북이쌀이다. 거북이쌀이라는데 외모로 봐선 거북이가 잘 연상되진 않는다. 오히려 수염같은 길고 풍성한 까락을 유유자적 휘날리는 모습은 노인이나 장삼이나 하는 쌀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보농부의 설명에 의하면 장점이 많은 쌀이다. 단단한 볏단, 많은 수확량, 그리고 찰진 밥맛. 우리의 관심사는 무엇보다 밥이다. 그 밥맛을 직접 밥을 지어서 구현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잠깐, 평안남도 진산과 평안북도 귀성이라고? 귀성(龜城)은 구성이라고도 읽는다. 거북이 귀를 구라고도 읽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곳은 청천강 하류, 고려거란전쟁의 귀주대첩이 있었던 바로 그 지역이다.  현재 북한의 행정구역상으로는 평안북도 구성시다. 이 지명에서 거북이쌀 귀도의 유래를 본 것 같다. 


참고로 평안남도 진산은 시군 단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명이다. 지역 명산인 언진산(彦眞山)을 진산이라고도 한다고 하고, 은산군 은산읍에 진산리가 있긴 하나(현재는 폐지되고 순천군으로 통합) 리 단위에서 재배되던 것을 따로 기록한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알기 힘들다.




토종쌀에서 보이는 재미있는 현상인데 일부 개체는 아예 찹쌀같이 불투명 하얀 색이고 어떤 개체는 그냥 멥쌀 분위기다. 이래서 '반찰벼'라는 분류가 된다.


우선 귀도의 밥짓기는 표준보다 약간 적은 물을 잡고 압력솥에 짓기를 해본다. 보통 표준보다 조금 적은 물을 잡는 것은 도정한 지 얼마 안 된 햅쌀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내 취향의 반영이기도 하다.



밥을 지어보면 확실히 찰밥은 아닌데 찰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나온다. 거기에 적당한 수분을 머금고 윤기가 좌르르르 흐르는 것이 거의 촬영용 연출사진급이다. 보통의 물과 불로 밥을 지으면 약밥같은 식감이 나오고, 은은한 단맛도 흐른다. 최대공약수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의 밥맛이다.


단, 나의 마이너한 취향으로는 돌솥에 물을 조금 감해서 짓는 것이 좋다. 같은 찰기라도 약밥은 부드러운 탄력이라면 물을 줄여서 지으면 좀 단단한 탄력이다. 윤기가 좌르르 하지는 않지만 백옥같은 광택은 있다. 귀도는 어떤 취향이든 밥짓기가 어렵지 않고 특징적인 찰기와 단맛이 있어서 토종쌀 중에서도 밥쌀의 총아가 될 전망이 보인다.


이 밥은 후라이팬에 누룽지를 구울 때도 바삭한 겉면과 쫀득한 안쪽면이 어우러져서 꿈같은 누룽지가 만들어진다.


최강의 찰기와 윤기를 잘 살린 오늘의 밥짓기는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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