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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강인한 기상, 순한 밥맛의 북흑조(北黑租)

겉다르고 속다른 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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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흑조는 이삭이 검고 키가 크다. 1미터가 넘게 자란다고 하니 어른 허리춤 이상으로 올라오는 키다. 그러면서도 대가 굵어서 거의 대나무 같은 느낌이라고 하고(사실 대나무도 벼과 식물이다), 그래서 볏짚공예용으로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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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영글지 않은 북흑조의 이삭은 꼭 기장이나 수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북흑조는 평안남도의 주요 재배벼이고 만생종이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흙살림연구소 윤승희 소장이 여러 자료를 뒤져본 바로는 그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한다. 어쨌든 '조선도품종일람'에는 북흑조라는 품종에 대한 기록은 없다. 이야기가 길어지니 관심있는 분들은 북흑조의 유래 비정에 대한 윤승희소장의 블로그를 참조해 보시고.




https://m.blog.naver.com/tangquari/222042271447




어쨌거나 이제 이 벼는 북흑조로 세상에 알려졌고 그 강인한 기상의 외모 덕도 있어서 인기가 있는 벼이기도 하다. 이름과 기원에 혼동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토종쌀이 북흑조만은 아닌데, 요즘은 유전자분석을 하면 기원은 확실히 밝힐 수 있으니 언젠가 사람들의 충분한 관심이 있으면 해결될 문제다. 프랑스의 시라가 이란의 시라즈에서 기원한 것이 밝혀졌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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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멋진데 그럼 밥맛은 어떨까? 직접 밥을 지어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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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쌀 치고는 쌀알이 굵은 편이다. 겉껍질은 흑자색이지만 도정한 쌀은 하얀 쌀. 쌀을 씻을 때 손의 감촉도 나쁘지 않은 것이 쌀알이 굵으면서도 균질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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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짓기는 물을 조금 줄인듯 하게 잡아보았다. 취향의 밥짓기지만 뒤돌아보면 물은 보통 정도로 잡아도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쌀알이 클 때 물은 조금 더 잡는 것이 좋다. 무게당 표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간과할만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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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잘 되었다. 쌀에는 은은한 향이 있다. 사실 토종쌀은 다들 향이 있는 편이다. 이제까지 특별한 향미가 아니면 그럭저럭한 밥냄새만 나던 개량종쌀을 평생 먹어온 입장에서 이 향에 주목을 못 했는데 요즘엔 밥지으면서 이런저런 향을 느끼는 재미에 빠져있다.




밥맛이나 식감만 말하자면 균형감이 좋은 삼광과도 비슷하고 물을 조금 더 주어 부드럽게 지었으면 참드림 느낌도 났을 것 같다. 아마도 물을 조금 더 주어 평범하게 짓는 편이 쌀의 특징에 부합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튀는 것 없이 밸런스 좋고 일반적인 밥을 짓기에도 적당한 쌀이다.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지만 특징을 살리지는 못한 오늘의 밥짓기는 7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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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이 전부 북흑조 농사를 짓는 곳이 있었다면 가을의 벌판은 검은색으로 뒤덮였을 것이다. 황금빛 들판이란 것 자체가 얼마나 '개량된' 우리의 관념인지. 벼는 경관작물로도 큰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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