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 이루면 전에 없이 행복해지리라 믿던 목표가 있었어.
전심전력을 다해, 예상보다 일찍 이루고 난 다음엔 말이야. 막상 행복하지 않았어. 이미 에너지가 바닥났거든. 현실은 달라질 듯 달라지지 않았고,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시작의 시작도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야. 거기까지 가면 '무언가는 되겠지' 싶었던 게 어마어마한 착각이었지. 어떤 의미에선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평가나 선택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어. 열심히 하거나 더 열심히 하거나. 나의 선택지는 둘 뿐이었는데, 거긴 그런 걸로만 돌아가는 세계가 아니라는 걸 처음 겪어본 거야.
행복이 뭔데. 나도 예쁨 받고 싶고, 좋은 소리 듣고 싶고, 선택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근데 그래야만 내가 행복한가? 그때부터 '왜'가 따라다녔어. 왜 예쁨 받고 싶어? 왜 좋은 소리가 듣고 싶어? 왜 선택받고 싶어? 왜 인정받고 싶어? 누가 인정해 줘야만 글을 쓸 거야? 애초에 잘 되고 안 되고 기준이 뭔데. 누가 정하는 건데? 그거 다 아니면 잘 안 되는 거야? 그게 다 충족되면 정말 행복해?
이쪽의 나와 그쪽의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치르는데. 동시에 그걸 이루기 전의 내가 그리워졌어. 그땐 정말 행복했었어. 아무것도 안 됐어도 내가 나와는 깊이 연결되어 있었거든. 누가 알아주지 않았어도 내가 나를 알아주었거든. '그래서 너 뭐 쓰고 싶어? 네 안에 뭐가 있는데?' 내 안으로 들어가 묻고 또 묻던 시간들. 나는 그 시간들을 되돌리지 않고, 새로 연결되려 해. 아무것도 안 되어도 좋아. 아무 의미가 없어도 좋아. 힘을 뺀 채 그냥 할 수만 있다면, 계속 해나 가기만 한다면. 지금 행복하고 싶거든. 지금 자유롭고 싶거든. 나는 내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내가 진심으로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사심 없는 일도 좋지만 사심 없이 하기 좋은 일은 얼마나 더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