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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Apr 21. 2024

족발을 먹다가 눈물이 흘렀습니다.

엄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아버지 아파서 마음고생 많다.
돈 한 푼 보낸다.


지난겨울 엄마가 보낸 짧은 메시지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일이주일 후면 퇴원 가능하단 말이 일이주일 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뀐 시점이었습니다. 엄마는 아버지 걱정에 마음 아파하는 자식들을 위해 용돈을 20만 원씩 보냈습니다.


잠을 뒤척이는 날이 많아졌고, 입맛이 있을 리 만무할 터. 뭐라도 먹고 힘을 내야겠단 생각에 집 근처에서 족발을 샀습니다.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순간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가족과 함께 먹어도 입맛이 없는데 큰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매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하는 엄마는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족발을 들고 집으로 오면서 고향집에 설치되어 있는 홈캠으로 엄마를 지켜봤습니다.


마침 저녁식사 중이었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쓸쓸한 풍경에 가슴 아프기도 하고, 입맛이 없을 텐데도 시간 맞춰 식사를 챙겨 먹으니 고맙기도 했습니다.


맛있게 밥을 먹는 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족발을 한입 물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아버지의 빈자리로 인해 가장 힘든 건 엄마인데 그 와중에도 자식들 걱정에 용돈을 보낸 엄마의 마음이 생각나서. 그리고 혼자 먹는 엄마의 소박한 밥상이 아른거려서.


눈물 젖은 족발을 먹고 엄마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엄마가 용돈 준 걸로 족발 맛있게 먹었어.
엄마도 잘 먹고 기운내야 해~!
엄마, 사랑해~♡


< 엄마 잘 먹었어, 엄마도 잘 먹어야 해~! >




아버지가 없으니
대충 챙겨 먹게 되네.


63년을 함께했으니 그 마음을 어찌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요. 아픈 남편을 병원에 둔 여든 넘은 노모가 혼자 먹는 밥상이 부실할 수밖에 없을 터. 둘째 언니 내외와 함께 엄마를 모시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다행히 엄마의 입맛에 맞았나 봅니다. 오랜 시간 당뇨로 식단 관리를 해온 당신이기에 먹는 즐거움은 그저 남의 이야기라 좀처럼 맛있단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엄마의 입에서 맛있단 말이 몇 번이나 나오니 어찌나 좋던지요.

< 엄마~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산책 코스와 카페 나들이도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어찌 아셨는지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딸이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은 이내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 옆에 사랑하는 사람 >
< 함께라서 따뜻했던 어느 겨울날 >

늘 그렇듯 엄마와 헤어지는 시간은 아쉽기만 합니다. 많이 힘들 텐데도 마음의 중심을 잡고 의연한 모습으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당신 덕분에 힘든 시간들을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 엄마, 우리 엄마>




장례식장에서 먹는 삼시 세 끼가 소화가 잘 될 리 없습니다. 그 많은 가족들 중 저 한 명 빠졌다고 해서 티도 나지 않을 텐데 역시 엄마는 엄마입니다. 아침 먹으러 왜 오지 않냐고 해서 속이 불편해서 거르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날 오후 5시경, 장례식장 휴식 공간에서 피곤해 잠시 쉬고 있는 제게 엄마가 다가왔습니다. 약을 챙겨 오지 않아 집에 다녀온다고 했던 엄마의 손에는 사과 한 알과 소화제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언니에게 했던 말을 들으셨나 봅니다. 시원한 사과 한 입 먹으면 좋겠다는..


장례를 치르는 경황없는 와중에도 자식 먼저 챙기는 엄마의 사랑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를 보낸 슬픔을 잠시 뒤로 하고 활짝 웃으며 엄마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엄마~!
엄마가 내 엄마라
정말 감사하고 행복해~
엄마, 사랑해~♡

< 엄마는 참... >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유회승 님의 '엄마'

https://www.youtube.com/watch?v=lDaSY9ysxLo


루시드 폴 님의 '4월의 춤'

https://youtu.be/RjCjJW74BDQ?si=d-dW-3SpHAOXD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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