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 넷이 놀고 있었다.그중 한 여자 아이가 엄마를 연신 불러대며 엉엉 울었고그 앞에는소녀의 오빠로 보이는 아이가 서있었다. 살포시 안아서는 등을 토닥이고 작고 야무진 손으로 눈물도 닦아주었다.그래도 동생이 엉엉 울자 두 손으로 동생의 볼을감싸고는뽀뽀를 해주고다시 품에 꼬옥 안아주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저런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Photo by Sookyong Lee
자취를 하고 있었기에 주말에는 되도록이면 집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마주한 엄마에게 그 날의 이야기를 하며 나도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불가능한 일인걸 알면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강렬한 욕심이었다.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 이미 있잖아. 정대 오빠.
9살이나 어린 내 남동생을 말하는 거다. 지금이야 나보다 키도 훨씬 크고 군대도 다녀온 건장한 청년이지만 그때는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애송이였다.
엄마는 알았나 보다.
언젠가는 그런 동생이 자상한 오빠 노릇도 하게 될 거라는 것을.
내게 다 줄 것만 같이 애정을 쏟아붓는 애인 오빠도 좋지만 가끔은 말 안 해도 다 알아주는 친오빠가 더 좋은 날도 있다. 가족이라는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