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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Jul 28. 2022

자극적인 것 말고 은은하게

간식 같은 인간관계

우연한 기회에 홍콩 밀크티 전문점에 왔다.


훈남 미 폴폴 뿜는 직원은 음료를 가져다다 주며 사장님이 홍콩 사람 이라며 밀크티에 관한 몇 가지 설명을 곁들이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연유로 맛낸 밀크티와 작은 타르트는 소소하면서도 따뜻했다. 그 맛은 2010년 첫 홍콩에 대한 추억으로 연결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홍콩에선 밀크티를 마신 경험은 없다. 당시 한국에 팔던 밀크티 캔음료가 일부 마니아들만 마시는 것으로 치부될 때였으니 맛이 궁금할 이유가 없었다. 


홍콩이 떠오른 건 아마도 쇼윈도에 줄지어 있던 투박한 듯 정성스레 구워진 타르트 덕분일 것이다. (물론 포르투갈 문화의 영향으로 생긴 식문화인 것을 알지만 내 첫 에그타르트는 홍콩이다) 

Photo by Sookyong Lee

음식이 서글픈 스웨덴에 지낼 적에 한국 과자가 무척이나 먹고 싶었다.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이지만 길어지는 타지 생활에 허 한마음을 주전부리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곳은 과자가 불우하다. 퍽퍽한 호밀/통밀 쿠키류를 제외하면 80% 이상이 짭짤한 감자칩이다. 소량 제품과 대용량 제품 가격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주로 큰 것을 사게 된다. 대용량 한 봉지를 먹다 모호하게 남아서 다 먹어치우고자 덤비면 그 짠맛에 입천장이 아리고 쓰렸다. 어쩔 때는 구멍이 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고 나면 감자칩과는 잠시 이별이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한 다이제 과자의 발견은 나를 신세계로 이끌었다.(익히 알고 있던 브랜드였지만 한국에 판매하지 않는 상품이었다) 그립던 한국의 맛이 전혀 생각나지 았다. 심지어 한국에서 즐겨먹던 과자는 너무나도 인위적인 강한 맛이었기에 더 이상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영국에 직접 가서 다양한 다이제 과자를 맛보았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에프터눈 티 문화도 그렇고 정말 간식에 진심인 나라구나 싶었다. 후다닥 먹어치우기보단 여유 있게 즐길 때 제맛이었다.


우연히 접한 밀크티와 타르트 한입은 나를 홍콩, 스웨덴, 영국을 돌아 다시 현실로 살포시 데려다 놓았다.  




그날 먹은 홍콩 밀크티와 타르트는 은은한 맛과 향으로 자꾸 생각나게 하는 맛이었다. 간식 하나도 이렇게 여운이 있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그래 본 적이 있나 되돌아보게 된다. 서로 눈에 띄려 애쓰는 서이벌 세계에서 나도 은근히 종종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 은은한 것 같으면서도 그 속은 진하고 부드러운 그런 매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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