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만능주의자에게 고한다
어느 조직이나 나갔으면 하는 사람은 안 나가고 재직했으면 하는 사람이 나가곤 한다. 이직도 수요 공급의 원리가 작용하는 엄연한 시장이니 시장에서 가치가 있어야 이직도 할 수 있고 지금 있는 곳에서 평균 이상의 역량과 성과를 내는 사람이 이직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여기 퇴직을 밥으로 막으려는 회사가 있다. 퇴직자가 퇴직하는 이유는 평소에 술 사주고 밥 사 주면서 소통 안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예전 술 먹고 하는 소리 다 헛소리라고까지 말한 친구도 있었지만, 솔직히 조용한 회의실에서 얘기하는 게 소통하고 경청하는 데는 더 좋지 않나? 물론 뭔가 같이 먹는 행위가 주는 친밀감과 긴장 이완 효과가 있는 건 인정하지만,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 것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그것도 익숙하지 못하거나 잘못하는 사람들에겐 그 효과가 매우 의문스럽고 부담스럽기만하다.
그리고 밥 특히 저녁 회식을 해야 오랜 시간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믿음도 따지고 보면, 술 먹었다고 평소에 안 하던 질책이나 진심을 얘기하는 게 오히려 꼰대 짓 아닌가? 잘못하면 주사로 몰린다. 그리고 직장 상사와의 시간은 언제 어디서든 짧을수록 좋다. 회의실에서건 회식 자리에서건 조직 내 대화는 할 말, 안 할 말이 있는 거고 중요한 것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거나 비밀을 지켜 주는 것이지 밥을 먹느냐 여부는 아니다.
어쨌든, 이 조직은 사람이 퇴직하면 밥 같이 안 먹고 대화 안 해서 나가는 거라고 리더들을 들볶는다.
하지만, 퇴직의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밥 같이 안 먹고 얘기 안 들어줬다고 사람들이 퇴직을 할까? 반대로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안 나갈까? 솔직히 전형적인 3D업종이나 단순 제조업 마인드다. 즉, 별로 이직의 기회와 이직에 따른 변화가 크지 않은 업종은 술 한잔 밥 한 끼에 커리어나 개인 성장보다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요즘 같이 평생직장보다는 자신의 가치와 역량, 경험을 가지고 먹고 살아야 하는 평생직업의 시대에, 상사와의 관계나 조직 분위기가 안 좋은 것으로 퇴직 이유 하나를 추가할 순 있겠으나, 오로지 그것 하나만으로 퇴직을 결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퇴직 이유를 밥과 연결하는 이유는 퇴직자들이 진짜 퇴직 이유는 거의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조직과 인력관리 중 눈에 보는 행위로 확인할 수 있는 게 밥 먹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봤던 아티클에서, 월 700만 원이 넘어가면 더 이상 급여 인상에 따른 만족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소통도 마찬가지다, 들어만 줘도 감사하다도 한두 번이지 횟수가 반복되고 뭔가 얘기한 것이 개선되거나 변화되지 않으면, 소통 자체로서의 만족도 그래프도 점점 수평을 지나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결국 조직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뭘까? 위에 말한 평생 직업으로 써먹을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다. 그럼 회사를 다니며 경험과 역량을 어떻게 기를 수 있게 리더가 도와줄 수 있을까? 정답은 업무를 통해서이다.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접근이나 시도를 하도록 유도하고, 아예 새로운 업무를 경험할 기회를 준다든지 하는 것이 소통보다 좀 더 구성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 해소되는 것은 불만 요인이지, 들어주기만 했다고 만족도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