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쾌감/<외면일기>란 무엇인가

[새벽 147일차] <니체의 인생수업>, <미셸 투르니에 : 외면일기>

by 윤서린

오늘은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글과 프랑스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의 글을 읽는다.


<니체의 인생수업>


사상가는 눈을 감고 생각하는 법을 알아야만 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이들이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알아내고 또 이 애 하려면 사상가는 눈을 감고 생각하는 법을 알아야만 한다. (58면)


아무도 모르게 선행을 함으로써 얻는
순수한 쾌감은
허영심이 충족되는 순간 사라진다.


선행을 하는 사람도 악행을 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악행은 세상에 알려지면 벌을 받지만 선행은 세상에 알려지면 쾌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아무도 모르게 선행을 함으로써 얻는 순수한 쾌감은 허영심이 충족되는 순간 사라진다.

(5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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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


나는 당연히 독서 초보자이기 때문에 미셸 투르니에의 "마왕"이나 그 밖의 그의 책을 읽은 적이 없다.


<외면일기>는 흰 표지 때문인지 투명한 비닐로 싸여있었다.

작가와 목차가 궁금했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촉박했다.

작가나 책의 내용을 검색해 볼 시간이 없다.

결국 끌리는 제목 하나만으로 나는 냉큼 이 책을 데리고 온 것이다.


서울나들이의 여운 때문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녘에 비닐을 뜯고 책을 몇 장 읽었다.

불친절하게도 책날개에 작가 소개가 없음으로, (아마 겉표지가 분실된 상태로 알라딘에 온 모양이다.)

작가에 대해 찾아서 읽어보고 블로그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의 글도 훑어보니 어느덧 새벽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좀 자고 일어나 다시 그의 일기를 펼친다.

나는 책 속에 이니셜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그의 문장 몇 개로 어떤 사람일지 유추해 보는 재미에 빠졌다.

7월 일기부터 읽고 있어서일까?

어쩌면 앞부분에 그 이니셜 주인공들의 추가 에피소드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상상하는 부분이 맞아떨어지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도 나름 가끔 일기를 브런치에 쓴다.

브런치북 연재 <알알샅샅이 기록한 하루 1, 2>가 내 일상이 담긴 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면일기>는 좀 다르다.

자신의 감정이나 내면보다 그날 있었던 사건, 인물, 사물, 자연, 배경, 날씨, 행사, 메모 등을 기록한 형식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의 여정과 그때그때 있었던 일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사건들, 날씨, 철 따라 변하는 우리 집 정원의 모습,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 운명의 모진 타격, 흐뭇한 충격 따위를 노트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었다. '일기'라고 부를 수도 있을 이것은 '내면의 일기'와는 정반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외면일기'라는 이름을 만들어 붙여보기로 한다." (5면)



그의 일기의 일부를 읽어보면 조금은 생소한 '외면일기'라는 말이 이해된다.

외면일기라고 해서 내면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리창에 김이 서린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김은 여러 가지 그림들과 기호들의 모습으로 나타나니 말이다. 이 복잡한 도형들은 겉보기에 우연의 결과 같지만 사실은 표면의 물리학, 습도, 대기의 밀도 등이 작용하는 엄밀한 결정론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M.W와 쿠텐빌에 가다. 싸늘하고 세찬 북서풍 때문에 수영을 하려면 대담한 용기가 필요하다. 써늘한 물속으로 빠져들어 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살이 뻣뻣해진다. 그렇지만 물에 들어가긴 해야 한다. 물 쪽으로 걸어가자니 자살이라는 음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리고는 몸이 쩌릿해지면서 잠깐 동안 숨이 막힌다. 이를테면 죽음 직전의 고통 같은 것이다. 그러나 곧 편안해진다. 원소가 나를 일렁일렁 흔들어주고 감싼다. 나는 몸을 맡긴다. 이제 더 이상 춥지 않다. 내가 왜 두려워했는지, 왜 거부감을 느꼈는지, 왜 살이 뻣뻣해졌었는지 이제 더 이상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분이 좋다. 나는 죽은 것이다." (166면)


<외면일기>를 읽으면서 나도 뭔가가 쓰고 싶어졌다.

연재북 <알알샅샅이 기록한 하루>에 쓰지 못한 나의 정리되지 않는 생각이나 일상의 기록들이 휘발되는 게 아깝다.


결국 브런치 멤버십 작사를 신청하면서 들었던 생각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는 나름의 계시(?)를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가 내게 알려주는 것일까?


나는 고민하던 멤버십 브런치북을 열기로 마음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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