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늘그래의 아무도 안 궁금할 이름풀이
글쓰기 모임 숙제를 미루고 미루다 막판에 몰려서 모임 전날 뭐라도 한 티를 내려고 “브런치스토리 작가신청서”를 썼습니다.
목차도 없고 계획도 없는데 작가명을 써야 신청서가 완성되니 더 곤란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쓸건데 본명을 쓰자니 걸쩍지근했어요.
소심쟁이라 누가 나를 알아볼까, 자기들 얘기를 썼다고 소송을 걸지 않을까. 쓰지도 않는 글로 머리가 아팠습니다.
머릿속에서 맨날 썼다 지웠다 하는 그 글들의 천태만상 주인공들이 혹시나 내 글을 읽을까 싶어 제 이름만은 차마 밝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좀 멋지고 우아하면서 지성적으로 보이는 그런 이름이 쓱 떠오르면 좋았을 텐데 사실 몇 달간 고민해도 그런 이름은 이 세상 작가들이 먼저 다 골라 쓴 건지 제 차례까지는 오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래~ 뭐 대충 하나 적어서 내야겠다. 그래… 뭐가 좋을까?’. 어차피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행위 자체가 제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여서 저는 불현듯 떠오른 “늘그래”를 작가명으로 적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늘(Always)”과 ”그래(Yes)”는 서로 떨어뜨려 놓으면 무한 긍정의 느낌이 났지만 붙여놓으면 동전의 앞뒷면처럼 빛과 그림자가 함께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삶은 매일이 별다를 거 없는… 더 나아질 것도 없는 늘 그렇고 그런 날들이 연속이었고 누군가 저에게 요즘 어때라고 묻는다면 “늘 그렇지 뭐… 난 늘 그래….“ 이렇게 답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늘 그랬던 제 삶이 그래(Yes)의 방향으로 뜻이 살짝 기운 것 같았습니다.
20년 가까이 먹던 우울증 약을 스스로 끊었고, 허드렛일을 시작해 다만 며칠이라도 규칙적으로 살려했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조금씩 읽고 끄적이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못 그리는 그림이지만 그림 안에 저의 내면을 담아내는 시간들을 보내려고도 노력했습니다.
(어설픈 그림이라 수강생 전시회에 출품하면서도 고뇌에 빠지게 만들었던 저의 그림이 이제 제가 연재하는 에세이의 표지가 되었네요. 이 또한 놀랍고 재미있는 일입니다.)
저는 브런치스토리에서 “늘그래”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작가명을 수정하려면 10월 20일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붉은색으로 공지가 뜨는데 몇 번 수정할 이름을 고민해 봤다가 이만한 이름도 없는 것 같아서 우선은 “늘그래”로 살아보려 합니다.
오늘 브런치스토리 팝업스토어에 늦둥이 아들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각자 책의 표지를 디자인해 봤어요. 설레고도 살짝 겁이 났습니다.
이제 이 곳에 제 삶의 기록과 단상들을 기록해 보면서 늘 그렇고 그런…이 아닌. 빛을 향해 손을 뻗는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제게 어떻게 지내냐고 묻거든 “아~ 나는 요즘 일도 하고, 책도 읽고 그림도 조금 그려. 그리고 가끔 글도 써… 요즘 내 일상은 늘 그래~”이렇게 웃으며 말해주고 싶습니다.
부정과 우울의 “늘그래”가 아닌 희망과 도전의 “늘그래”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세요.
언젠가 제 글을 수면 아래에서 건져 올려 읽어주실 독자분들을 부를 애칭을 고민해 봤습니다. (머쓱…)
“평안할 안” (妟)과 “그래”(Yes)를 더해서 ”안그래“. 어떠신가요?
”평안할 안“의 한자에는 “해돋이”의 뜻도 숨어있으니 뭔가 희망찬 느낌이 팍팍 들지 않나요? 안 그런가요 안그래님들???
우선 거부권을 행사하신 분들이 한분도 안계시기에 제 마음대로 여러분들은 “안그래님”으로 칭하고 가끔 글 속에서 소곤소곤 불러 보겠습니다.
오늘부로 <늘그래>와 <안그래>는 삶의 소소한 부분까지 알알샅샅이 수집하며 함께 나누는 사이가 되기로 살짝 새끼 손가락 걸어 흔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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