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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새진 Nov 13. 2024

[서평] 바깥은 여름-김애란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나는 한 공공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종합 자료실에서 오전시간 내내 책을 꽂거나 이용자에게 대출반납을 해주고, 퇴근 후에는 그 도서관 직원 휴게실에서 점심도시락을 먹으며 임용고시 공부를 했다. 사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사서들이 하는 일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다는 건데, 생각보다 사서는 가만히 앉아있을 일이 많지 않다. 


    좀 앉아있을라치면 이용자가 대출하려는 책이 보존서고에 있어서 지하까지 내려가 오래된 책을 찾아와야 하고, 하필이면 부록이 있는 책이라 사무실에 정리해 둔 부록 모음을 찾아서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예약한 책을 빌리러 온 사람들에게 예약도서를 찾아줘야 하기도 하고, 대출과 반납을 무한정해 주면서 자잘한 전화까지도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도서관의 고요는 사서만을 비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도서관에 들어오자마자 불티나게 대출이 되었는데, 이 책이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읽어볼 여유도, 도서관에 남아있는 책도 없었다. 그러다 유난히 이용자가 적었던 어떤 날, 책이 예약되었는데 빌려지지 않은 상태로 예약서가에 남아있는 걸 발견했다. 책을 뽑아 내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고 금방 몰입했다. 


    책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면 나와 책, 이 단 둘만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방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고 내 감정만이 가득 차며 순식간에 고요해지는데, 이 책이 가진 상실과 이별의 애틋함이 나에게 가득 채워지며 처음으로 도서관의 고요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수없이 마주치며 제공해야 하는 감정노동, 정신없이 잠들기에 바쁜 출퇴근버스,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함, 경계가 모호한 인간관계... 모든 게 일말의 여유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나를 압박했던 시간들 속에서 이 책은 기억에 남을 만큼 충만한 여백을 선물해 주었다. 그때는 자잘하게 괴로워했기에 책에서 느껴지는 상실이 내 것보다 크게 보여서 위로가 되었다면, 지금은 가끔의 상실 또한 나의 것이라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얼마 전 김애란 작가님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었다.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인 아이들은 불완전하고도 불안정한 시기 속에서 각자의 '믿을 구석'을 찾아 나간다. 


    그동안 <바깥은 여름>과 <이중 하나는 거짓말>속에서 느껴지는 '나'로서 자립하기 위한 일출 전의 새벽같은 그 어스름한 불안을 공감했다면, 이제는 빛날 성장을 마음 깊이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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