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파격적인 소재와 독특한 인물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읽었을 때도 어떻게 이런 책을 30여 년 전에 썼을까, 굉장히 놀라면서도 즐거운 독서를 했었는데, <모순>은 읽으면서 즐겁다기보다는 벅차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탄하면서 읽었다.
<모순>과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서는 주체성과 적극성을 가진 여성이 남성을 '지목'하는 것을 통해 기존의 성역할을 역전시킨다. 그렇지만 그것이 <모순>에서는 반전의 역할로써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관조함으로써 자연스러워진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기에. 그리고 그것이 인생의 모순이기에.
우리들 모두, 인간이란 이름의 일란성쌍생아가 아니었던가 하는 자각. 생김새와 성격은 다르지만, 한 번만 뒤집으면, 얼마든지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는 우리. (p.280)
이 책은 한마디로 2024년의 나에게 단연코 최고이자 최적이었다. 1998년의 25살 안진진과 2024년의 30대인 내가 겪는 시차가 어떤 면에서는 극명했고 어떤 면에서는 무의미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안진진의 인생을 추적하듯이 읽었다. 그것이 나를 되돌아보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이기도 한, 그리고 너의 인생일지 모르는, 그래서 우리의 인생으로 포용되는 일들과 나날들. 빛과 어둠이 있고, 낮과 밤이 있고, 삶과 죽음이 있듯, 모든 이의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일 수밖에 없으니까.
한 사람의 인생은 여러 모순의 반복으로 지속되고 유지된다. 말이 되는데 말이 안 되고, 말이 안 되는데 말이 된다. 일어날 리 없는데 일어나고, 일어나고 있는데 일어날 리 없다. 같을 리 없는데 같고, 다를 리 없는데 다르다. 그렇다면 모순이 인생일까 인생이 모순일까. 양귀자 작가님은, 안진진은, 그리고 나는 책의 한 구절로 답을 내리고자 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