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조금씩 살짝이 살포시

by 글담

“얘들아, 밥 먹어.”

“배 안 고픈데요.”

“그럼, 닭강정 먹을래?”

“콜라는요?”

성당에서 마련한 마을 식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밥 먹으라고 손짓했는데,

아이들은 기껏 준비한 소고깃국에 심드렁합니다.

혹시나 해서 준비해 둔 닭강정은 금세 동이 납니다.

아, 나도 닭강정 좋아하는데.

몇 점 남은 걸 슬쩍 먹어봅니다.

한 성당 신부님과 몇몇 목회자,

여기저기서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이 금요일마다 식당을 엽니다.

학교 마치고 갈 데 없는 동네 아이들에게 밥도 먹고 쉬어도 가라고 말이죠.

신자도 아닌 저에게도 연락이 와서 찾아갔습니다.

밥은 할 줄 아는데 요리는 젬병이라 주방을 기웃거리기만 했죠.

시간이 차츰 지나자 어느새 식당 안은 동네 어르신과 봉사자들이 더 많습니다.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은 소고깃국도 차츰 줄어들더니 바닥을 보입니다.

“어째서 아이들 밥상 차리기로 한 게 어른들 입맛에 자꾸 맞춥니다?”

어른들이야 좋은 음식 먹이고 싶고,

정성스레 만들어 먹이려고 준비합니다.

아이들이야 좋은 음식보다 맛있는 게 우선이지만.

그나마 동네 어르신들도 오셔서 맛있게 드시니 다행입니다.

그날은 한 어르신의 생신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아서 즉석 파티가 열렸습니다.

급하게 하느라 초코파이로 케이크를 하고,

어디선가 찾아온 초들로 불을 밝힙니다.

한바탕 웃음과 박수, 흥겨운 축하 노래로 그날의 식당은 문은 닫습니다.

자꾸만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소멸이니 복원이니 하면서 돈을 쏟아붓는다고 될 일은 아니죠.

서서히 모이는 것으로

조금씩 쌓이는 것으로

살짝이 웃는 것으로

살포시 보듬는 것으로

공동체는 살아나겠죠.

답은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걸 종종 잊곤 하죠.

골목 안에 가보지 않고 골목의 삶을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끔이라도 골목을 싸돌아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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