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망설임의 계절입니다

by 글담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경계의 시간에 어둠과 빛은 서로 교대하기를 망설이는 듯합니다.

그저 대지와 하늘을 더듬으며 머물고는 아쉬워합니다.

발걸음을 옮기는 산책길도 시원스레 나아가지 못하고,

갈 길을 찾지 못해 헤매듯 이리저리 둘러 갑니다.


공원 여기저기 꽃무릇이 얼굴을 드러냅니다.

아직 물러나지 않은 빛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와 얼굴을 비춥니다.

이윽고 밤이 찾아와 얼굴을 가리겠죠.

가을이라는 글자를 나지막이 소리 내어 불러보고,

꽃무릇이라는 글자를 가슴에 적어 봅니다.

한없이 높아진 하늘을 보니 가을이긴 한데,

여름도 가을과 자리를 바꾸는 게 망설여지나 봅니다.


공원 한 곳에서는 하얀 옷과 회색 옷을 펑퍼짐하게 입은 무슬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함박 웃음과 쉴 새 없이 떠드는 이야기로 고향의 정을 나누는 듯합니다.

세월을 안은 얼굴의 중년은 잔바람에 덮수룩한 수염을 날리고,

앳된 얼굴의 청년은 잔바람에 수줍게 웃습니다.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자기 말로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으니 잠시나마 이곳이 고향일 테죠.

더운 방 안에서 나와 선선한 가을 바람에 고향으로 마음을 실어 보내려나 봅니다.

그들을 볼 때마다 '더불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함께하지 못하기에 더욱 그 단어는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들도

우리도

망설입니다.

모두가 망설임의 시간의 덫에 갇힌 듯하네요.


가을은 망설임의 계절입니다.

가을 문턱에서 망설입니다.

시간이 주춤하고,

사람이 멈칫하고,

추억이 서성거립니다.

더운 바람이 어느덧 시원한 바람으로 바뀌고,

낮게 깔린 구름의 하늘은 저만치 높아졌는데,

가을은

사람은

자꾸만 망설입니다.

그래서 한 발짝 내딛습니다.

살을 빼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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