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시간은 낮의 시간을 접으며 다가옵니다.
어둠의 시간에는 어쩌면 희미하게 느껴지는 우리 손끝의 느낌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지도.
우리의 행동 말고는.
어둠 속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어둠 속에서 손을 맞잡는.
또다시 연대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또 한 번 저항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다고 하지만,
그늘이 빛을 덮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빛과 그늘의 공존을 인정하더라도 말이죠.
사실 빛과 그늘은 떼려야 뗄 수 없죠.
그런데도 한순간에 어둠이 지배하는 시간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놀랍고도 헛웃음이 나오는 시간을 뒤로 한 채,
아직 길고 깊게 드리운 어둠을 초조하게 바라봅니다.
어쩌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이 시간이 뭉개지지 않기를 바라며.
어느 책에서 본 “부재와 무는 다르다”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무는 원래부터 없던 것이지만,
부재는 있다가 사라진 것입니다.
우리는 무의 시간이 아니라 잠시 부재의 시간을 지나가는 중입니다.
무가 아니라 부재이기 때문에 희망이 있습니다.
이미 겪었고,
또 가져본 민주주의의 저력이 잠시 자리를 빼앗겼을 뿐입니다.
민주주의는 다툼입니다.
민주주의는 연대입니다.
다투고 연대하고 함께 가는 게 민주주의입니다.
다툰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지요.
그래야 더 나은 길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다툼을 억압하는 게 되레 독재입니다.
우리는 독재의 시간을 건너 다시 민주주의의 시간으로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