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짝사랑 - 그대 옆에는 그대를 돌아봐주는가
엄마는 아무 조건 없이 아이를 사랑하는가?
과연 그럴까? 엄마니까 그런 줄 알았다. 나는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하지만 거짓말이다. 바란다.
잘 걷기를 바라고 잘 자기를 바라며 조금 더 크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 모범적인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집 안에 오래된 물건들을 바꿔주기를 원하고 나와 좋은 곳을 여행하기를 원한다. 나이가 들면서 거꾸로 나를 돌봐주기를 원한다.
부모들도 끊임없이 퍼주지만 끊임없이 바란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정말 공짜는 없는 것 같다.
다만, 부모는 조건 없이 자신을 통째로 내어 줄 수 있다. 이 점이 다른 사랑과 다른 것이 아닐까.
그래서 부모의 사랑은 영원한 짝.사.랑.이다.
조건 없이 너에게 듬뿍 내 인생을 퍼 주었다. 하지만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아이들은 자기 혼자 자란 마냥 부모와 아무것도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만 그대를 짝사랑한 것일까. 서글프고 외롭다.
당신 주변에는 당신을 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아니면 철저하게 혼자인가.
이런 말이 떠오른다. ‘그대가 옆에 있어도 나는 외롭다.’
보통 결혼을 하면 둘이서 함께 지낼 수 있으니 외로운 솔로를 탈출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둘이 있으면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은 당연지사!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로울 때가 많다. 둘이 살고 있지만 혼자 사는 듯한 느낌을 아마 결혼한 사람들은 종종 느끼지 않을까.
그러서일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많은 인파 속으로 나를 숨긴다. 나를 끌고 영화관으로 숨고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서점으로 가기도 한다. 이럴 때 가장 반가운 사람은 “뭐해? 커피 한 잔 할까?”라고 톡 해주는 사람이다. 카카오톡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선뜻 아무 의미 없이 툭 한 마디 던져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가끔 그 공간을 들여다보며 하나 둘 정리한다. 의외로 연락을 하지 않는 관계들이 너무 많다.
나는 외로워 많은 인파 속으로 숨고 또 숨지만 그래도 누군가 한 명쯤은 나를 보고 있어 준다.
나만 짝사랑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길을 가다가 또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누군가는 꼭 말을 걸어 준다. 이 세상에 혼자일 수가 없지 않을까. 다만, 내가 깨닫지 못하는 건 아닌지. 나를 향한 관심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아이가 학원을 갈 때 우산을 들려 보낸 다는 것을 깜빡했다. 다행히도 아이는 젖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에게
“전화를 하지, 어? 비 안 맞았어?”
미안함과 걱정에 아이를 맞이했다.
“비를 맞으면서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데 어떤 할아버지가 우산을 집까지 씌워주셨어.
나 같은 손자가 있으시다고 하시면서.”
가끔 맞고 홀로 가는 아이들이 있으면 씌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내 갈 길 바빠 지나갔던 기억이 났다. 세상에 나쁜 사람들도 많지만 아직 이렇게 돌아봐주는 분들이 있다니.
또 어느 날은 장염이 너무 심해 아이들 학교 갈 아침에 배를 부여잡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아침밥을 하고 챙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때마침 남편에게 전화가 와서 큰 아들이 받았지만 회사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큰 아들이 생각해낸 방법은 외할머니에게 전화로 이 상황을 알리는 일이었나 보다. 엄마에게 무심하게 툭툭 거리던 놈이 마음속으로 얼마나 당황했을까. 동생들은 아무 생각 없지 엄마는 아파서 꼼짝도 못 하는 이 상황을 혼자 해결하겠다고 전화를 걸다니. 외롭다고 나는 혼자라고 소리 없는 외침이 순간 부끄러워졌다. 나를 옆에서 조용히 사랑하고 있고 지켜보는 눈이 바로 내 아이였다니. 그 날 여러 감정에 펑펑 울고 다음 날 거짓말처럼 좋아졌다.
이 세상에 짝사랑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는 나를 향해 말을 걸어주고 다가와 주고 지켜보고 있다. 따뜻한 마음을 받은 기억은 언젠가는 베풀 수 있는 마음을 자라게 해 주니까. 철저히 혼자 인 것 같다면 스스로가 마음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무뚝뚝한 남편도 아내의 기분을 매일 살피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표현을 행동을 하지 않을 뿐. 우리는 아이들처럼 표현하는 능력을 어른으로 자라면서 하나둘씩 잃어갈 때가 많았으니까.
자신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것도 어른인 나의 몫이다. 나를 잘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잘했어, 아주 쓸만한 하루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