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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동이맘 Jun 27. 2024

이별에 대한 생각

이혼보다는 파혼이... 어느 것이 더 좋을까?

 결혼을 한 친구나 선배 혹은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들이 있다. 그건 바로 결혼을 준비하며 '파혼을 할까?' 신혼여행을 가서 '아직 혼인신고 안 했는데 헤어질까?' 신혼생활을 하며 '언제 혼인신고를 하지? 혹시 이혼할 수도 있으니 1년 살아보고 할까?'

 난 이 세 가지 중에 두 가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결혼을 준비하며 예비신랑 때문이 아닌 가족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해서 파투를 내고 싶었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가서 대판 싸웠고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갈라서야 하나를... 나 혼자 벤츠에 앉아 낯선 이국땅에서 맥주를 마시며 고민을 했더란다.

 결과적으로 결혼식을 올렸고,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혼인신고를 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무베기랬나? 진짜 몇 시간도 되지 않아 풀어졌다. 싸움의 원인은 그냥 '남'이라서 이해를 못 하고 서로를 배려하다 보니 일을 크게 키운 것이었다.

 신랑은 해외여행경험이 많지 않아 긴장감이 높고 자신이 리드해야 된다는 생각에 나서지만 좀처럼 상황이 따라와 주지 않았다. 그럴 것이 결혼준비는 내가 다 했고, 신혼여행도 포함, 신랑이 한 것이라고는 따라온 것 밖에 없었다.

 짐도 내가 준비했고 수영복도 커플로 친구가 사준 것이고 그곳에서 사용할 물건 대부분도 새로 장만하거나 내가 챙겼으니 신랑은 어정쩡하고 무인 조종기처럼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신랑은 조금씩 불만이 쌓여갔다.

 나는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리드하고 챙기는 스타일이고 신혼여행 짐과 여행스케줄 또한 내 취향대로 맞췄으니 딱히 불만이랄 것이 없었다. 다만 짧은 기간 안에 결혼을 준비하며 쌓여있던 피로가 차곡차곡 쌓여 뭘 해도 재미있지는 않고 피로했다. 그건 신랑도 마찬가지였는데 잠시도 쉬지 않고 몰아붙이는 스케줄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난 수영도 잘하지 못하면서 물놀이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신랑은 물놀이를 즐기지 않았다. 그저 신랑은 나에게 맞춰주려 좋아하지도 않는 물놀이에 끌려다녔는데, 반딧불 구경을 가자고 억지로 끌고 간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렇게 우린 대판 싸우고 다음날 혼자 일찍 일어나 조식을 나 홀로 먹은 뒤 바다수영을 하러 갔다.  


 이른 시간이었기에 바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 홀로 누워있노라니... 평온함과 안락함. 여유가 생겼다. 비로소 내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왔다는 것에 실감을 느꼈다. 그제야 신랑이 생각이 났고 미안했다. 신랑에게 연락하니 혼자 조식 먹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린 화해를 했다.

 신랑은 혼자 두어도 잘 다니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있었다. 내가 걱정이 많아 어린아이마냥 간섭하고 개입하고 내 방식으로만 강요했던 것이다. 또 물놀이를 싫어하는 신랑 눈치 보며 맘껏 물에 빠지지 못해 짜증도 나 있던 참이다. 그렇게 서로 붙어있어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말을 못 했던 앙금이 잠시 떨어져 시간을 각자 보내자 저절로 화가 풀린 것이다.

 그 후로 우린 같이 물놀이를 즐겼다. 일정을 취소하고 편안히 휴식을 취하니 도리어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신랑은 마지막날 물놀이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는데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조금 더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해서...  나중에 또 오자는 말을 삼키며 공항으로 향했다.

 처음부터 그냥 내버려두고 즐기면 될 일을, 강요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서로 이해를 못 하고 싸우면 '파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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