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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동이맘 Jul 04. 2024

아이는 선택하는 것인가? 선택받는 것인가!

믿기지 않지만 간택당했다. 미래의 나의 아들에게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게 만든 녀석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였다.


 신랑의 나이가 40대가 되면서... 또한 내 나이도 노산이 걱정될 나이이므로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하게 치르는 결혼으로 인해 주의사람들은 우리가 속도위반을 했다고 가정하여 미리 축하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괜히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고 연얘기간도 짧았기에 신혼을 충분히 즐기고 아이를 준비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 같았다.


 하지만 한 편으론 내 나이가 걱정도 되었다. 젊은 축은 아니기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신혼부부 검진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기본검사였지만 생각지도 않게 배란테스트기를 무료로 임대를 받았다.

 어버버 하는 사이에~

 

 "이번에 결혼하신다고요~ 이거 서명만 해주시면 바로 가져가실 수 있어요.

 그런데 혹시 신혼집은 어디세요? 우리 구가 출생률이 꼴찌인데 혹시 이곳이신가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대뜸 아이를 어느 곳에서 낳을지... 굉장히 사적인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왜 타인이 나에게 이렇게 무례할 수 있는지...  출생률이 떨어졌다고 해서 내가 아이 낳는 기계도 아니고 가족계획을 우리 부부가 아닌 완전 남에게서 받아야 하는지...

 불쾌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배란테스트기를 꼭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신혼집에 새로운 삶을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신랑과 엽산을 챙겨 먹었다. 굳이 노력은 하지 않겠지만 아이가 생기면 낳고 신혼을 충분히 즐기고 난 뒤 생각해 보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 보면 빛이 나올 것이고 우리에게 '별'이 오면 축복이라 생각하자!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하지만 신랑이 직장동료의 조언에 '엽산'을 챙겨 왔는데 뭐랄까? 누가 그어놓은 길에 자동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으로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은 손에 보이지 않은 줄이 내 몸을 칭칭 묶고는 끌고 가는 모양새랄까!


 그러다 어느 날 '태몽'을 꾸었다.

 꿈에서 나에게 재롱을 피우는 아기동물이 엉덩이를 씰룩씰룩 거리며 내 품에 파고들어 포옥 안겼다.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잠결에

 "아유 예뻐 우리 00'

 그리고선 바로 잠에서 깼는데 아침이었다. 신랑은 갑자기 나를 보자마자 '태몽'이야!라고 너무 기뻐하면서 말을 했는데, 아이러니한 것이 그때의 나는 임신을 한 상태가 아녔다.

 

 태몽을 꾼 날. 우린 아이를 임신했다.

 정확히 태몽을 꾸고 2달이 지나 산부인과에 갔는데 아이가 점지된 날이 딱 그날이 맞았다.


 지금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우리 아들을 보며 피식, 아무 생각 없는 엄마였는데 태어나고 싶어서 혹은 삼신할머니가 오늘이 아니면 안 되어서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따다 주신 것이 아닐까?


 그 선명한 꿈을 꾸지 않았다면 우리 아들은 지금 내 옆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도 6개월 만에 치렀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아이도 2달 만에 가졌을까! 내가 급한 것일까? 아이가 태어나고 싶었던 것일까?


 인생은 폭풍과 같고 폭풍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춤을 추는 것이랬나!

 너무 열렬히 춤을 추는 것 같다. 그만 추고 싶어졌다. 다리가 엄청 아프고 저려오기 시작하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삼신할머니요~ 조금 천천히 '별'을 갖다 주지 뭐가 그리 급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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