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선택하는 것인가? 선택받는 것인가!
믿기지 않지만 간택당했다. 미래의 나의 아들에게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게 만든 녀석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였다.
신랑의 나이가 40대가 되면서... 또한 내 나이도 노산이 걱정될 나이이므로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하게 치르는 결혼으로 인해 주의사람들은 우리가 속도위반을 했다고 가정하여 미리 축하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괜히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고 연얘기간도 짧았기에 신혼을 충분히 즐기고 아이를 준비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 같았다.
하지만 한 편으론 내 나이가 걱정도 되었다. 젊은 축은 아니기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신혼부부 검진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기본검사였지만 생각지도 않게 배란테스트기를 무료로 임대를 받았다.
어버버 하는 사이에~
"이번에 결혼하신다고요~ 이거 서명만 해주시면 바로 가져가실 수 있어요.
그런데 혹시 신혼집은 어디세요? 우리 구가 출생률이 꼴찌인데 혹시 이곳이신가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대뜸 아이를 어느 곳에서 낳을지... 굉장히 사적인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왜 타인이 나에게 이렇게 무례할 수 있는지... 출생률이 떨어졌다고 해서 내가 아이 낳는 기계도 아니고 가족계획을 우리 부부가 아닌 완전 남에게서 받아야 하는지...
불쾌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배란테스트기를 꼭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신혼집에 새로운 삶을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신랑과 엽산을 챙겨 먹었다. 굳이 노력은 하지 않겠지만 아이가 생기면 낳고 신혼을 충분히 즐기고 난 뒤 생각해 보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 보면 빛이 나올 것이고 우리에게 '별'이 오면 축복이라 생각하자!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하지만 신랑이 직장동료의 조언에 '엽산'을 챙겨 왔는데 뭐랄까? 누가 그어놓은 길에 자동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으로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은 손에 보이지 않은 줄이 내 몸을 칭칭 묶고는 끌고 가는 모양새랄까!
그러다 어느 날 '태몽'을 꾸었다.
꿈에서 나에게 재롱을 피우는 아기동물이 엉덩이를 씰룩씰룩 거리며 내 품에 파고들어 포옥 안겼다.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잠결에
"아유 예뻐 우리 00'
그리고선 바로 잠에서 깼는데 아침이었다. 신랑은 갑자기 나를 보자마자 '태몽'이야!라고 너무 기뻐하면서 말을 했는데, 아이러니한 것이 그때의 나는 임신을 한 상태가 아녔다.
태몽을 꾼 날. 우린 아이를 임신했다.
정확히 태몽을 꾸고 2달이 지나 산부인과에 갔는데 아이가 점지된 날이 딱 그날이 맞았다.
지금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우리 아들을 보며 피식, 아무 생각 없는 엄마였는데 태어나고 싶어서 혹은 삼신할머니가 오늘이 아니면 안 되어서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따다 주신 것이 아닐까?
그 선명한 꿈을 꾸지 않았다면 우리 아들은 지금 내 옆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도 6개월 만에 치렀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아이도 2달 만에 가졌을까! 내가 급한 것일까? 아이가 태어나고 싶었던 것일까?
인생은 폭풍과 같고 폭풍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춤을 추는 것이랬나!
너무 열렬히 춤을 추는 것 같다. 그만 추고 싶어졌다. 다리가 엄청 아프고 저려오기 시작하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삼신할머니요~ 조금 천천히 '별'을 갖다 주지 뭐가 그리 급하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