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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Sep 08. 2016

사랑해요, 사랑해요.

나의 사소함과 당신의 사소함이 우리의 전부니까요.




키가 작은 여자와 키가 큰 남자가 손을 잡고, 한 건물 모퉁이에 서있다.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싱긋 웃는다.


"아, 갑자기 재밌는 거 생각났어요. 음, 진짜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잠시만요. 어디에 전화기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한 듯 한 곳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쭉 뻗는다.


"아, 저기 공중전화기 있어요, 다행이다. 저쪽으로 가요."


그는 자신의 연인이 이렇게 갑작스러운 행동을 해도 그저 귀여워하며 조용히 따라간다.


"자, 당신이 여기 서서 수화기를 귀에 대고 가만히 있어 봐요."


잔뜩 들뜬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싱긋 웃고, 그녀가 시키는 대로 전화기를 들어 귀에 대고 가만히 있는다.


"'뚜우-하는 연결 대기음 들리죠? 그게 무슨 음인지 맞혀 봐요. 이게 오늘의 깜짝 수수께끼랍니다."


그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본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중에 뭘까요? 틀려도 뭐라고 하지 않을게요. 아무 거나 찍어 봐요."


그는 신이 난 듯 발을 동동 구르며 답을 기다리는 그녀를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조금 찌푸리고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다시 수화음을 듣는다.


- "도? 레? 당신 표정이 영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솔?"


그녀는 잠시 눈을 아래로 내리며,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다시 밝게 웃으며 그를 쳐다본다.


"히히, 미안해요. 사실 나도 잘 몰라요. 그냥 궁금했어요. 그럴 때 있잖아요, 갑자기 쓸 데 없는 것들이 막 궁금해서 당장 해결해야 되겠다 싶을 때요. 당신은 이런 거 신경 써서 생각해본 적 있어요?"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인다.


"역시 그렇죠? 당신도 나도 음악 하는 사람도 아니고, 절대음감도 아닌데 이런 것까지 신경 쓰고 있었을 리가 없죠.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기엔 너무 바쁘게 살고 있죠, 우리."


조금 시무룩해진 그녀의 표정을 본 그는, 여전히 잡고 있는 손을 조금 더 세게 잡는다. 그의 악력을 느꼈는지 다시 생긋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그럼 하나 더, 지금은 어때요? 별 거 아닌데 되게 신경 쓰이지 않아요? 지금 내 목소리는 무슨 음일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는 머쓱한 듯 웃어 보인다.


"웃는 거 보니까 맞는 것 같은데?"


그는 여전히 머쓱한 미소를 입에 걸고, 뒤통수를 긁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봐요, 이렇게 신경 쓰이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눈에 들어오고, 그러면 궁금해지고, 궁금하면 자꾸 생각하게 되죠? 나는 이게 사랑 같아요. 우리도 서로를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잖아요. 다른 연인들도 그렇고요. 어느 순간부터 당신 눈에 내가, 내 눈엔 당신이 보여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잖아요. 꾸준히 서로의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면서요."


그녀의 말이 잠깐 멈추고, 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당신의 사소함까지 다 신경 쓰고 있어요."랑 같은 말로 써도 된다고 생각해요. 이게 내가 당신에게 수시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유예요."


그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듣고 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듯 더 꼭 잡으며 다시 말을 잇는다.


"당신이 표현을 아끼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당신이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음은 아낄수록 깊어지겠지만, 그 진심, 그 마음을 표현할 때, 그래서 상대방이 그 마음을 오롯이 받아들일 때 진짜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팔을 벌려 그의 품 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품에 들어온 그녀를 감싸며 더 꼭 안아준다.


"그러니까, 사랑해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을 보며 그가 웃는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한다.


입술을 조금 떼고, 잠시 눈을 뜬 그는 자신의 5cm 앞에서, 이렇게 가까이서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는 그녀를 보면서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 "정말 간절히 사랑해요, 내 작은 연인."









윤, 그리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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