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나도 숨김없이 뱉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회의시간에 리더의 말이 불편하게 들릴 때가 있다. 맞는 말 같지만 기분이 나쁜, 기분이 나쁘지만 대꾸할 수 없는, 지루하고 반복된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따박따박. 요목조목. 반박하며 따지고 싶을 때가 한 번쯤은 있다. 이런 감정은 단지 회의에서만 겪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을 삼키는 일이 잦다.
목소리가 목을 뚫고 나오려고 했지만 입을 틀어막는다. 억지로 하고 싶은 말을 간신히 참는 것이 아니라, 마치 원래 그래야 하는 것처럼 입을 다문다. 심호흡을 하고 한숨을 삼키며 생각한다. '한숨 한 번이면 날아가는 고충이었다. 소주 한잔이면 지나가는 일상이다.'라고 마음을 다 잡아보지만 비슷한 상황들이 겹겹이 쌓여 마음을 무겁게 덮어간다. 그렇게 우리가 꾹꾹 참아온 말들은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다른 모습으로 표출이 되기도 한다.
어릴 적 풍선 위에 물을 묻혀 신문지 조각들을 붙이고. 말리고. 또 붙이고를 반복해서 탈을 만든 적이 있었다. 얇은 바늘만 닿아도 터질 것 같았던 풍선은 신문지를 붙일수록 두껍고 단단해지면서 터지지 않는 단단한 틀로 변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단한 풍선을 잘라. 구멍을 뚫어 눈과 코 그리고 입의 자리를 만들면 '나만의 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의 마음 역시 풍선과 같지 않을까? 힘든 마음, 상처, 아픔을 신문지처럼 한 겹 한 겹 붙이고 말리고 또 붙이고 말려 두껍고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만들어진 '나만의 탈'을 쓰고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말로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는 한마디 말로 살아갈 힘을 얻고, 누군가는 같은 말로 인해 영혼을 잃는다. 말은 보이지 않는 실로 서로를 묶어 놓는다. 인간관계 안에서 그 실은 늘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한다. 한 사람이 실을 꺼내어 말을 했고 사랑과 위로가 가득한 실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가시가 있는 실도 있었다. 의도했던 의도 하지 않았던 그 실로 상대는 상처받았다. 상대의 실은 사랑과 위로를 주기도 했지만 가시 돋친 실은 상처를 낸다. 말이란 그런 것이다. 한 사람의 진심이 담긴 말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즉 말이란 어떤 의미로는 무기이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치유도구이기도 하다.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감싸줄 수 또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말을 내뱉느냐는 것이다.
우리의 소통은 무한대의 실로 연결되어 있고, 그 실은 우리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때로는 감사와 기쁨을, 때로는 아픔과 슬픔을 가져다준다. 말이 주는 이 복잡한 감정들이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무기력한 나의 마음은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하고,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침묵해야 맞는 걸까?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경청하라는 의미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금 같은 침묵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해야 하는 말을 꾹꾹 눌러 담아 참는다고 능사는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말은 "폭력"이 되어 사람들 마음에 꽂히기도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맘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말하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이 소통되는 사이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은 말들이 감정으로 쌓이고 쌓이면서 한번 화산처럼 터져버리면 큰 싸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고민해야 한다. 내가 내뱉는 이 말이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질 것인가, 아니면 상처를 남길 것인가? 인간관계 속에서 말은 끝없이 스스로를 묻는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평소 꼬리에 꼬리를 이어온 생각들과 궁금증. 화가 난 부분들이 뿌리부터 뽑히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 것이 마음속에서 계속 자라나 가시 돋친 실로 만들어진다. 뭔가 클린 하지 않으니 자꾸 겹겹이 쌓여 투명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꾹꾹 눌러 담은 말들은 딱딱한 돌이 되어 삐툴어진 대화는 서로를 지치게 한다.
말은 우리의 삶을 연결하는 동시에 가장 강력한 치유와 상처의 도구가 된다.
말이란 결국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말을 통해 누군가를 아프게 하기도 하고, 그 아픔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우며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우리는 각자의 실을 연결하며 관계를 만들어간다 가시 돋친 실이 있더라도, 그 끝에는 부드럽고 따듯한 실이 남기를, 그렇게 그 실이 관계를 다시 이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침묵할 때와, 말을 해야 할 때
그리고 참아야 할 때와 필요한 말을 꼭 해야 할 때를 구분하여
말을 잘하는 내가 되기 위해 고찰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