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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팀 작업이다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2

by 다시봄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생각이 많아 생각끼리 자리다툼을 하느라 머릿속이 늘 복잡하다.

그래서인지 매일 밤 꿈속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배우고, 그들에게 삶의 재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느 날, 유명한 셰프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

그 뿐만 아니라 열 명 남짓한 지인들이 예고 없이 함께 들어왔다.

정리도 안 된 집, 먼지와 어질러진 물건들.

앉을 자리도 변변치 않은 그곳에서 그들은 불평 대신 청소를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 집이 이렇게 더러웠나? 저런 것도 있었나? 그냥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같이 청소해주다니.’

감사와 미안함, 복잡한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때 셰프 친구가 진공청소기를 들고 말했다.

“집 앞 도로도 청소하자.”

그는 나와 다른 친구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집 앞에는 마치 고급 저택처럼 길게 뻗은 도로와 잘 정돈된 꽃나무들이 있었다.

셰프 친구는 청소기를 밀며 점점 속도를 높였다. 보조 친구가 따라붙었고, 나는 충전 배터리를 들고 한참 뒤에서 쫓아갔다.

처음엔 발걸음이 맞았지만, 곧 나는 뒤처졌다.


한참 후에 집에 돌아오니 청소는 끝나 있었다. 공기는 맑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셰프 친구는 중앙에 앉아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혼자 가버리면 어떡해?”

“네가 늦은 걸 왜 나한테 뭐라고 하냐?”

“팀 몰라? 혼자만 잘난 척한다고 그게 팀이야?”

“팀? 그런 거 몰라. 난 나만 잘하면 돼.”


그 순간 깨달았다. 팀이란 건 글을 쓰는 나에게도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나는 숨을 고르고 그에게 말했다.


너는 유명한 셰프일지는 몰라도, 훌륭한 셰프는 아니야.

너를 중심으로 제자, 스태프, 상인, 손님이 함께 움직여야 레스토랑이 유지돼. 너 혼자 전력질주하면 아무리 뛰어난 요리라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진짜 셰프라면, 자기 팀을 먼저 챙길 줄 알아야지.


말이 끝나자 집 안은 고요해졌다.

셰프 친구는 오만상을 찌푸렸지만 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 박수를 쳤다. 청소를 돕던 친구들이 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였는데, 오히려 그들이 내게 고맙다고 했다.

그들의 마음이 전해지자, 나는 그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혼자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팀 작업이다.

훌륭한 재료를 제공하는 삶과 사람들, 그 재료를 버무려 한 편의 글로 완성하는 나, 그리고 그 글을 읽고 비평하고 사랑해주는 독자들.

이 모두가 하나의 팀이다.


그 균형이 맞을 때 비로소 좋은 글이 완성된다.

때로는 넋두리를 하고, 때로는 진지해지고, 때로는 잘난 척도 하게 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봐주는 팀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즐겁게 글을 쓴다.


“우리 팀, 오늘도 고마워.”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2>를 마무리합니다.

우리 팀이 있어 끝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목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금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일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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