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2
잠이 오지 않는 밤,
모로 누워 어둠 속에 갇히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내 쪽으로 기울어 온다.
다행히 벽걸이 시계는 무소음이고, 폭주족들도 잠든 야심이다.
그런데 딱 하나, 잠을 방해하는 소리가 있다.
내 심장이 이렇게 요란했나?
혈액이 왼쪽 목의 동맥을 따라 흐를 때마다
팽창한 혈관이 베개에 닿아 기적 소리를 낸다.
그 울림이 귀 속에서 점점 커져
이내 소란이 되어버린다.
몸을 돌려 오른쪽으로 누워본다.
피는 왼쪽으로만 흐르는 것처럼 오른쪽은 조용하다.
이제 잘 수 있을까 싶던 그때,
멀리서 다시 기적소리가 다가온다.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나는 선잠과 꿈의 경계로 빨려들어간다.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이 된 첫날이었다.
2학년 교실에 놓고 온 실내화를 가지러 갔다가 지각하고 말았다.
뒤늦게 들어선 교실엔 자리가 없었다.
교단은 멀리 있었고, 학생들은 반원형으로 앉아 있었다.
반투명 커튼 뒤편엔 음식을 먹고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시선엔 나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곳을 피해
오른쪽 구석 평상에 모여 앉은 무리로 향했다.
배우 홍경을 닮은 얼굴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친구,
그리고 그의 말마다 추임새를 넣고 구박을 받으며 웃음을 유발하는 감초 같은 또 다른 친구.
그들의 이야기는 점점 무르익어
고3 교실은 어느새 긴장 대신 웃음으로 가득 찬 이야기 놀이터가 되었다.
꿈속의 나는 입시생이 아니라, 그저 이야기에 빠져 웃는 소녀였다.
“뭣이 중헌디?”
경쟁의 얼음판 위에서도,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얼어붙은 마음은 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나를 가두는 것이 무엇이든,
이야기를 쓰고 읽을 자유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
잠들지 못한 밤,
꿈은 현실의 나를 위로하는 전기수가 되어 귓가에 대고 끝도 모를 이야기를 속삭였다.
[지금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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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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