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도 우리는 어김없이 산책길에 나선다.
추위를 가르며 걷는 탄천 산책길에는
각종 겨울철새들이 기존 텃새들과 함께 노닐고 있다.
자유로운 몸짓 때문일까?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일까? 매번 보는데도 물 위를 떠노는 모습이나 가녀린 다리로 서 있는 모습, 우아한 날갯짓으로 창공을 나는 모습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겨울 탄천 산책길의 볼거리 중 단연 으뜸이다.
우린 산책길을 걸으며 매번 같은 말을 한다.
"저기 검은 새는 뭐지?"
"어찌 저리 서 있을까?"
"큰 새와 작은 새는 같은 종인가?"
같은 질문에 답도 못하길 수십 번….
그 정도면 궁금해서 찾아볼 만두 한데, 탄천 산책길을 한 바퀴 돌고 집에 오면 금세 잊는다.
같은 산책길에 매일 보고 노니는 새에게 시선을 두며 나누는 똑같은 대화의 똑같은 레퍼토리지만,
결코 질리지 않는다.
"밥 먹었니?"가 밥 먹은 게 궁금한 게 아니라, 안부 인사요, 친근함의 말 붙임이요, 사랑한다의 다른 말인 것처럼,
우리에게 "저 새는 뭐지?"는 궁금함이 아닌, 새를 보고 건네는 인사요, 산책길 네게 건네는 관심이다.
바쁜 일상에서의 휴식 같은 산책길에 새가 궁금한 게 아니라, 자연을 보며 편하게 여유를 느끼며 그냥 가볍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거 가마우지야. 큰 새와 작은 새는 다른 새야."
"그때 말했잖아. 바보야?"
답을 해버리면 다음번엔 새를 보며 그냥 편하게 나오던 말들이 없어진다.
그다음엔 한 단계 나아가 "저 새는 다리가 물에 있으면 안 춥나? 아니면 저 새는 날개가 몇 센티야?"처럼 "그냥"이 아닌 질문을 하게 되면 서로 고민해야 한다.
산책길이 생각길이 되거나, 새를 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편치 않은 산책길이 될 수도 있음이다.
우리의 산책길은 그냥 편하게 하루를,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루틴같이 탄천을 거닐고 같은 새를 보며 서로를 바라보는 길이다.
오늘도 그녀는 똑같은 질문을 한다.
"저 검은 새가 뭐야?"
"글쎄…."
나는 그녀의 목소리와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본다.
그리곤 그 질문에 나는 "사랑새"라고 답한다.
'사실은 그새는 ○○○○야.
나만 아는 비밀로 하는 건, 산책길엔 한 번 더 네 얼굴과 목소리를 듣고 품이야.♥'
사랑은 때로, 답을 모르는 척하는 기술이다.
사랑은 때로, 답을 모르는 척하는 기술이다
#사랑새 #산책 #겨울철새 #탄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