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된다고 생각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호흡하면서 상대를 살피는 마음
“의인막용(疑人莫用) 용인물의(用人勿疑)”
명심보감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 의미는 이렇다. “사람이 의심되거든 쓰지 말고,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이 문장을 처음 접한 건, 20여 년 전이다. 한 회사의 대표 방 액자에 멋들어진 한자로 적혀 있던 걸 봤다. 이 문장의 내용도 설명해 줬는데, 좋은 의미라는 생각을 했을 뿐 더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내가 아직 그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 문장이 가끔 떠오른다.
그리고 이 문장을 실천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처음부터 의심되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의심된다는 표현보다, 일을 잘 할 것 같은지 아니면 못할 것 같은지에 관한 판단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그렇게 고심하다 잘할 것 같다고 판단되면 채용한다. 오래지 않아 바로 판단이 맞는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하지만,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 의심을 하게 된다. ‘괜히 뽑았나? 잘 못 봤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 지낸 사람도 그 속을 알지 못하는데, 한 번 본 사람을 정확하게 판단한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는 사람이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분명 달라지는 사람이 있다. 아니, 어쩌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시동이 늦게 걸리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사람에 따라 일머리가 다르다. 빠르게 습득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좀 느린 사람이 있다. 성격의 차이일 수도 있고 집중력의 차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빠르게 습득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빠른 만큼 실수가 잦기도 한다. 익히고 실행하는 게 늦지만, 정확하고 꼼꼼한 사람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빠른 사람과 더딘 사람의 역량 차이가 역전될 때도 있다. 그럴 때 이런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람은 오래 두고 볼 일이다!’ 의심이 들더라도 끝까지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한 이유를 깨닫게 된다.
잘 하던 사람이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실수가 잦아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본다. 업무 결과를 가져오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성을 들이고 집중했는지 아니면 그냥 하라니까 한 건지가 보인다는 말이다. 그럼 의심을 하게 된다. ‘밑천이 다 드러났나?’ 처음에 잘 한다고 생각한 그 모습이, 전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러면 고민이 된다. 언제나 사원이나 주임만 할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업무 역량이 되지 않는데 진급을 시킬 수도 없다. 이렇듯 어느 지점에서 딱, 성장과 성과가 멈추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믿고 지켜보는 게 답일까?
아니다. 그냥 지켜보는 건 방관일 수 있다. 알아서 잘 하기를 바라는 건 얻어걸릴 가능성에 기대는 것과 같다. 그래서는 안 된다. 리더라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가이드를 해줄 필요가 있다. 성장이 멈춘 건, 더 난이도 있는 업무를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 선에서 리더가 백업하면서 기회를 줘야 한다. 잘 수행하면 다행이지만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백업을 해줬으니 손해는 아니다. 그렇게 조금 더 성장하게 된다. 그 기회를 잘 살리면 성장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고 포기하면 어쩔 수 없게 된다.
의심하지 않는 건 기회를 주는 거다.
그냥 믿는다는 말만이 아니라, 기회를 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그것이 진정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않다는 말을 실천하는 모습이다. 성과를 내라는 재촉만 해서는 답이 없다.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그 시간을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리더는, 인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렵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먼저 듣기 위해 인내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의심이 들더라도 재촉하며 따지기보다 어떤 사유인지 먼저 들어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사람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