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이 한자의 의미를 아시나요? 네. 맞습니다. 수풀 ‘림’ 자입니다. ‘수풀’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찼다는 의미인데요. 일반적으로, 수풀의 준말인, ‘숲’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합니다. 이 한자는, 나무 목(木)자 두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무들이 있어야, 숲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나무 몇 그루가 있는 곳을 숲이라고 말하진 않습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야, 숲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이 한자를 평소에 자주 떠올리진 않습니다.
산을 좋아해서 즐겨 오르기는 하지만, 그때도 이 한자를 떠올리면서 오르진 않습니다. 오늘, 이 한자가 떠오른 것은 한 단어 때문인데요. 바로, “함께”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단어가 연관해서 떠오르시나요? 저는 처음에, 사람 인(人)자가 떠올랐습니다. 이 한자는, 사람과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습으로 만든 상형문자입니다. 사람은 혼자선 살 수 없고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공감합니다.
전에 쓴 글에도 이 한자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해석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냥 서로 기대고만 있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싶을 겁니다. ‘人’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홀로서는 게 먼저여야 합니다. 홀로 온전히 설 수 있는 상태가 돼야 서로가 원할 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겁니다. 다시 홀로서야 할 때는 홀로서면 되는 거고요. 따라서 무조건 기대고 있는 것이, ‘人’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라는 겁니다. 기대고만 있다가 서로 어긋나면 어떻게 되나요? 둘 다 무너지고 맙니다. 따라서 먼저, 홀로 서야 합니다.
홀로 있지만, 함께하는 모습.
이 모습이 곧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고, 공동체의 올바른 모습이 아닐지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떠오른 한자가 바로, ‘林’인 겁니다. 홀로 있지만 함께하는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낸 한자라는 생각이 든 거죠. 나무는 서로 모여있지만, 온전히 홀로 서 있는 모습을 유지합니다. 때로는 서로 기대고 있거나 엉켜있는 나무들도 있지만, 이들은 이들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미리내 성지에 가면 두 나무가 서로 함께 자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사랑의 나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모습 또한 신비로워 보입니다.
나무의 핵심은 어디일까요?
나무가 상하거나 이상이 있을 때 가장 살피는 부분이 어디냐는 겁니다. 바로, 뿌리입니다. 잎이 변하거나 가지가 앙상해지면 잎이나 가지를 살피는 게 아니라, 뿌리를 살펴야 하는 거죠. 뿌리에서 모든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고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촘촘히 서 있는 나무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서로 각자 서 있지만, 뿌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나무의 뿌리는 한 두 개로 이루어있지 않습니다. 굵고 얇은 뿌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있죠. 오래된 나무를 보면, 뿌리가 지상으로 나와, 다른 나무와 닿아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바로 옆의 나무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요? 조금이라도 말이죠.
사람에게 있어, 나무의 뿌리는 무엇일까요?
마음입니다. 겉에서 볼 때 기대고 있는 모습보다,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겉으로는 기대고 있지만, 마음이 맞닿아 있지 않으면 어떨까요? 한두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때뿐이고 공허하죠. 헛헛한 관계입니다. 겉으로는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마음이 맞닿아 있으면 어떨까요?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미소가 지어집니다. 떠오르는 사람 한두 명 있지 않나요?
함께 한다는 건 참 좋은 모습입니다.
서로의 강점을 나누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관계라면 금상첨화겠지요. 하지만 온전치 못한 함께도 있습니다. 함께하지만 함께한 것만 못한 관계가 그런 거죠. 앞에선 웃고 뒤에서는 썩은 표정을 짓는 관계. 앞에서는 함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완전히 갈라선 관계 등이 그렇습니다. 마음을 나누도록 해야겠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함께도 좋지만, 마음을 나누는 “함께”가 진정한 “함께” 아닐까요? 오늘 이런 관계 한번 맺어보는 건 어떨까요? 큰 축복이 선물처럼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