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s with Morrie/오프라 윈프리
"작은 파도는 시원하게 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세 등등 앞으로 나아갔다.
어깨를 활짝 젖힌 채 바다 물살의 끝에 서있던 파도는 앞의 파도들이 해안가에 다다르면 바위에 부서지고 모래사장에 닿으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보았다.
뒤따라오던 두 번째 파도가 앞서 가던 첫 번째 파도에게 물었다.
"넌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니?"
첫 번째 파도가 말했다.
"저 앞을 봐. 우리 모두는 해안가에 다다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그런 존재일 뿐이야."
그러자 두 번째 파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넌 아직 모르는구나. 우린 단순히 부서져 사라지는 파도가 아니야. 우리 모두는 커다란 바다의 한 부분이라고."
<'화요일을 모리와 함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 한 권만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화요일을 모리와 함께' (Tuesdays with Morrie)를 집어 들 것이다. 노교수의 경험과 지혜는 우리 모두가 겪는 생의 희로애락 - 사랑, 일, 가족, 돈, 늙는다는 것, 용서 그리고 죽음까지 한편으론 얽히고설켜 보이는 일상의 복잡한 문제들을 간결하지만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네. 반쯤은 정신이 나간 듯, 나머지는 본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것들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말이야. 생의 참 의미를 찾으려거든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헌신하고, 이웃에게 헌신하고, 자신에게 일상의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찾아 헌신하면 되는 것을."
그의 메시지는 오랜 경험에서 배어 나와 내공이 쌓인 듯 단박에 정곡을 찌른다.
사랑은 주는 것이며, 만족하기 위해선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파도가 바다의 한 부분이란 걸 알게 되듯, 우리 또한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현상임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울리듯 다가온다.
'생의 의미'란 노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병상의 그가 '나의 완벽한 하루'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모리가 묘사하는 하루가 너무 평범해 저자는 실망하지만, 평범한 일상만이 완벽한 하루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곧 깨닫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볍게 운동을 하고 맛있는 아침을 먹는 거야. 김이 모락 나는 따뜻한 빵과 차 한 잔을 마신 후 수영을 하지. 점심에는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며 옛날 얘기를 나눈다네. 그들의 가족, 그들의 관심사와 문제 거리를 듣고 나선 서로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털어놓으면서 서로에게 감사하지. 그리곤 산책을 나서네. 나무들이 다소 우거진 듯하고 정원이 있는 산책길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야. 변해가는 나뭇잎 색깔도 살펴보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가만히 들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연을 품는 거지. 저녁엔 가족과 함께 파스타를 잘하는 이태리 식당에 갈 것이네. 오리고기가 들어간 파스타를 먹을 거야 - 내가 오리고기를 무척 좋아하거든. 그런 다음엔 저녁 늦게까지 춤을 추는 거야. 늦은 밤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면 나른한 몸을 뉘이고 달콤한 잠에 빠져드는 거지."
그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나도 생각해 보았다.
'나의 완벽한 하루는 도대체 어떻게 짜일 것인가?'
지금까지 내가 지나쳐온 평범한 일상들로부터 나의 하루를 구성해본다. 이를테면 아침에 눈을 뜨면 맨 먼저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두 팔을 추켜올리며 한껏 기지개를 켠 뒤 감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피주머니를 차고 채 3분도 되지 않는 병원에서의 샤워도 해보았으니 맘껏 몸을 구부려 발가락 하나까지 박박 닦아내는 샤워는 눈물 나게 감사할 일이다. 결국 나의 그 하루도 노교수의 완벽한 하루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족스러운 인생이란 이런 완벽한 하루들이 모인 것이다.
새해를 앞두고 거창한 결심보다 매일 내가 꿈꾸던 완벽한 하루를 성취하려 애쓴다. 지나가는 해와 다가오는 새해를 앞에 두고 후회와 아쉬움으로 버벅거리기보다 매일의 도전에 바싹 촉을 세울 것이다. 두 번째 파도가 가르쳐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