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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Aug 10. 2021

봄 밤

*2021.5.15.



어제 저녁, 하루종일 신나게 놀아 피곤해진 아이들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여보내 놓은 뒤 밤 11시가 되도록 아내와 둘이 뒷마당 fire pit 주위에 앉아서 마시멜로 구워 먹어가며 불멍도 하고 세상 이야기도 했습니다. 애들이 할 때는 세상 다시없는 소란스러움과 정신없음이던 마시멜로 굽기아내와 둘이 하면 고즈넉한 산사의 달콤함이 되더군요. 이때의 모닥불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대화 소재가 끊겨 잠시 찾아온 침묵마저도 어색함이 아닌 포근함으로 탈바꿈하는 마법을 보여줍니다. 침묵이 해소해야 하는 초조함의 대상이 아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포근함의 대상이 된다는 건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 질 수 없는, 매번 새로울 수밖에 없는 경이로움입니다.  




미국 북동부의 5월 밤은 매혹적입니다. 한낮의 뜨거운 폭염도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이른 봄의 쌀쌀함도 벗어난 이 시기의 밤은 가만히 눈을 감고 길게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지요. 여기에 더해 5월 한 달 뉴욕을 향해 불어오는 대서양의 바람은 당황스러울 정도의 따뜻하고 포근합니다.  


장작이 타는 소리와 함께 올라오는 나무 냄새, 붉게 일렁이는 모닥불의 작은 불꽃.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포근함까지. 숨소리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마법같은 5월의 어느 밤. 


이렇게 봄을 지나쳐 여름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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