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장 동료가 결핵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 낙천적이고 성격 좋던 그 동료의 얼굴에 설핏 보이던 노오란 그림자가 사실은 폐 속에 자신도 모르게 키우고 있던 결핵의 빚깔이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선진국에서는 사라진 줄 알았던 결핵이 여전히 발병한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지요. 한동안 결핵은 제게 실체이자 실존이었습니다.다행히 동료는 몇 달 후 건강해진 모습으로 복귀하였지만요.
결핵이, 결핵이라는 고통이,여전히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꽤 충격을 받은 저는 이렇게 시로써 한풀이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눈 내리는 밤의 쓸쓸한 이미지 같은 결핵 환자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서사로써 추운 세상을 조금 더 견뎌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겨울이 되니, 따듯한 모닥불 같은 글을 찾아 브런치를 더 기웃거리게 됩니다. 눈 속에서도 싹을 틔워내는 사프란을 생각하며 추운 계절을 어떻게든 견뎌내야겠다는... 가녀린 의지를 딱 촛불만큼만 밝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