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부제: 너의 의미

by 김정은

이따금씩

아르카디아 평원에 홀로 서서

지구를 바라보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너에게 가는 길은

7천7백만 킬로미터처럼 아득하기만 해


화이트홀,

웜홀,

블랙홀,

어떤 길을 택해야

너에게로 도달할 수 있나


사람은

저마다의 화성

모든 영토가 사막으로 뒤덮힌

황량한 별

우주에 둥둥 떠서

주어진 궤도만 빙빙 돌아

제자리만 지키는 외로운 별


살아간다는 것은

고독의 지분이 늘어가는 것

늙은 낙타의 여행처럼

꿋꿋하게 사막을 건너가야 하는 것


그러다 문득

내가 서 있는 곳이

지구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


너에게 닿고 싶지만

죽을때까지 길을 찾을 수 없어

외롭게 제자리를 맴돌다

화성의 한 줌 붉은 흙이 되는 것




* 아르카디아 평원: 화성에 있는 저지대 평원

* 7천7백만 킬로미터 :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거리



화성(Mars), 붉은 행성이라 전쟁의 신인 마르스를 붙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르카디아 평원(Arcadia plantia)은 화성의 북극에 가깝게 위치하는 저지대입니다. 화성에도 지리적인 명칭이 붙어 있고, 지도도 있습니다. 화성의 지리는 평원, 고원, 크레이터, 산, 대지, 계곡 등으로 구분하는데 화성의 지리 중 가장 유명한 올림푸스 화산은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높은 산으로 지구의 에베레스트 산 높이의 3배라고 알려져 있고, 화성 적도 부근 길게 흉터가 난 것 같은 곳은 마리네리스 대협곡이라고 부릅니다.



화성의 지리적 구분표


저는 화성의 지리 중에서 아르카디아 평원이란 곳을 가장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명칭에 있는 듯 합니다. 아르카디아라는 명칭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위치한 지역에서 따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은 실제로는 양들의 방목지이지만 그리스의 신 헤르메스가 태어난 곳이며, 중세 유럽에서는 이 곳을 일종의 유토피아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아르카디아라는 명칭은 지리적인 명칭 뿐 아니라 '낙원'이라는 의미 또한 내포되어 있지요.


화성의 지도, 왼쪽의 화성 단면에서 시계 11시 방향과 1시 방향에서 아르카디아 평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르카디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저 말고도 또 있습니다. 바로 테슬라를 만들고 스페이스 X로 우주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론 머스크입니다. 그는 오랫동안 NASA에 자문하여 화성에 사람이 가장 잘 정착할 만한 곳을 물색합니다. 화성의 북극에는 얼음이 있어서 이를 물로 활용할 수 있고, 울퉁불퉁(화성의 울퉁불퉁은 지구보다 스케일이 훨씬 큽니다)하지 않은 지대를 찾다 보니 북극 근처에 위치한 아르카디아 평원이 적당해 보였죠. 아르카디아 평원은 북쪽이라 많이 추워 결국 아르카디아 평원과 아마조니스 평원 사이를 화성정착지로 선언하게 되지요.


일론 머스크가 선택한 화성 정착 지역(Landing Site)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는 일이 과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일로 끝이 날까 생각해보면...저는 어쩐지 수백년 안에 현실화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습니다. 화성으로 이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성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고, 둘째 화성까지 무사히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영화 <마션>을 보면 화성에서 인류가 생존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현재 길고 긴 우주 여행을 할 수 있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물리학 이론상 가능하다고 합니다. 방사선의 일종인 그 에너지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어마어마해서 만들지 못하는 것 뿐이지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세번째 요건이 바로 '기업의 투자'인데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와 블루 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가 경쟁적으로 우주 산업에 뛰어 들고 있으니 화성으로의 이주 계획 3박자가 딱 맞아 떨이지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제 <지구에 사는 화성인> 연작시의 주인공인 화성인은 화성을 떠나 지구로 와서 정착해 살고 있지만, 지구인은 반대로 화성을 꿈꾸고 있는 상황이지요. 화성과는 비교도 안되게 낙원, 진정한 아르카디아 같은 낙원의 지구를 두고도 척박하기 그지 없는 화성을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는 지구인을 보며 화성인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심히 궁금해 집니다.


지구에서 가장 개척 정신과 똘끼가 충만한 일론 머스크와 그 보다는 약간 정상인으로 보이는 조프 베이조스는 왜 화성과 우주로 눈을 돌리는 걸까 곰곰 생각해보면 그저 욕망? 호기심? 개척 정신? 다가올 지구의 재앙에 대한 준비? 여러 대답이 떠오르지만, 정답은 이 모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저에게 화성은 순수하게 심미적으로 끌리는 장소입니다. 붉고 척박한 토양과 대지를 가진 화성에서 저는 태고의 순수, 생명체가 전혀 없는 무생명체의 어떤 순수한 아름다움을 목도하게 됩니다. 이곳은 오로지 순수하게 광물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물론 바이러스처럼 지극히 단순한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아직은 생명체가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황량한, 그렇지만 고요하게 무생물만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지구가 가장 고독하게 될 때의 모습이 바로 화성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하나의 별이 가장 고독해지기 위해서는 모든 생명체들이 사라지고, 물리적 현상, 그러니까 바람과 암석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간간히 일어나는 풍화작용으로 흙먼지가 날리게 될 때야 비로소 가장 정제되고 정선된 고독, 만이 존재하게 될 것 입니다.


이런 행성들이 지구의 모든 모래알갱이보다 더 많은 우주는 그래서 어둡고 공허하고 고요합니다.

화성의 지표면 모습
꼭 지구의 사막을 연상케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더 음울한 느낌을 주는 화성...생명체가 없어서 일까요?


지표면 흙에 철분이 많아 화성은 늘 붉게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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