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꿈에서 본 눈입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어요.
전 그 가운데 어디쯤 앉아 있는데
어느 눈을 먼저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좌우 앞뒤로 눈이 가득해요.
아 맞다 나 요즘 눈 인터뷰하지
정신이 번쩍 드는 거예요.
이렇게 눈이 많다니
신이 나다가
멍해졌어요.
한 눈과 마주쳤는데
아주 신비롭게 반짝이는 회색빛이에요.
처음 보는 색이라 사람 같지가 않아요.
다른 생김새보다 그 눈이 먼저 보여요.
너무 강렬했거든요.
그 눈은 히잡 같은 스카프를 둘러쓰고 있는데
그 안에 뭔가가 또 있어요.
피부에 완전히 밀착된 타이즈 같은 재질.
저게 뭐지. 생각했어요.
정체 모를 그게 겹겹이 얼굴을 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색이 없었다면 살처럼 보였을지도 몰라요.
완전히 붙어버렸거든요.
갑자기 눈이 말하기 시작해요.
감정인지 뭔지 물결이 요동치는 것처럼
그 주변이 온통 울렁거렸어요.
그게 보이지 않는 연기처럼 스멀스멀
저한테까지 다가오는 거예요.
눈이 스스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요상한 기분
말은 들리지 않는데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예요.
꿈을 깨니
생각이 안 나요
그 말이 뭐였는지.
분명 이해했는데.
느낌만 남았어요.
같이 있었다는 느낌.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눈을 떠올려 보세요. 누구의 눈인가요?
저는 저의 조카요. 그런 눈으로 나를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내 주변 사람들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