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
서울 세곡동에서 만난 눈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눈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원현정입니다. 지우라는 이름을 쓰기도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밝은 현에 고무래 정을 쓰는데 이름의 의미를 크게 염두하고 살지는 않았어요.
사주에 불이 없어서 이름 짓는 분이 불화 변을 쓰는 글자 중에서 택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지우라는 이름은 제가 성인이 되어 얻은 이름인데 알다. 지.에 벗.우를 써요. 뜻 지.를 쓸 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에게 기쁨은 무엇인가요?
아들이 기쁘고 행복할 때요.
상담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도 기쁘네요.
당신에게 기쁨은 어떤 색인가요?
노란색이요.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요? 한 마디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나답게 살았다.
++++그녀의 눈 속 이야기
그녀의 말은
어딘지 건조하게 들린다
솔직하게 찌르는 돌직구엔
미끌거림이 하나 없을 정도로
바스락거리는 낙엽처럼
떨어질 곳을 명확히 안다
그녀의 모든 삶의 경험은
냉철할 정도로 매 순간 고개가 끄덕여지는
앎이다
그녀가 내어준 비트차는
흙냄새가 없이 말끔하고 부드럽다
붉은 빛깔의 매혹적인 그 차는
마실수록 끝맛이 달다
목이 탄 사슴처럼 연거푸 마시고 마셨다
그녀의 집에는 물을 연상하게 하는
소리가 있다
물이 흐른다
가슴이 초록이 되는 느낌이다
그녀가 말을 할 땐
물보다는 공기가 흐른다
판단 없고 이지적이다
시원한 공기가 분다
쌍욕이 나올 상황이라는
그녀의 말에
별안간 물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느낌이다
뜨거운 물
아 달다
붉은 비트차
그 끝 맛은
달구나
그녀답게 살았다
+ 원현정(지우) 님과의 인터뷰는 이분의 댁에서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도중 아드님이 지나갔는데 그 사랑이 제게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하지만 말씀을 나누다 보니 그 애정과 믿음이 크게 느껴졌거든요. 늘 표현을 많이 하셨던 저희 엄마에게선 느낄 수 없던 또 다른 종류의 깊은 사랑이었어요. 좋은 엄마가 과연 무엇일까.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코치님은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니 이점을 염두하고 하는 양육도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요.
++ 나는 사주에 물이 많아. 여섯 개나 돼. 대화 중에 나온 이야기였어요. 별자리의 태양자리 달자리 모두 물인 거예요. 물이 제대로 흐르면 이건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질 수 있는 대양 수준? 일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가 그러던데 물이 강이 되고 바다 이상이 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고
+++ 전 이분을 떠올리면 늘 무언가 하고 계시고 바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아니야. 나 원래 게을러. 그러시는 거예요. 마지막에 자신의 눈을 보며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맘 편하게 너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근본적으로 열심히 살라고 하고 싶지 않아.
어쩌면 이게 진심으로 자신의 인생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스러운 매력은 자신이 가장 편할 때 저절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 말을 듣는데 붉은 비트차랑 잘 어울리신다고 느꼈어요.
@ 원현정 님은 현재 라이프 코치로 상담 및 강연,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경험과 공부의 바탕에는 죽음이라는 큰 주제가 흐르는데 그에 대한 그녀의 앎과 통찰을 사람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에서 장신구 디자인을 전공하시고 보석디자인을 하신 이력도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