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
서울 합정동에서 만난 눈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눈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본명은 임민정입니다. 뮤즈라는 이름을 써요.
당신의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민정은 마당에 있는 귀한 옥이라는 의미예요.
제가 이십 대부터 가지고 있는 뮤즈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므네모시네(기억의 여신)의 딸이고요. 그 딸이 모두 9명인데 음악, 예술, 천문 등.. 다양한 분야에 상징을 지니죠.
당신에게 기쁨은 무엇인가요?
가족, 주변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요.
당신에게 기쁨은 어떤 색인가요?
핑크가 떠오르네요. 아 그보다는 좀 반짝이는 느낌이요.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요? 한 마디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특별히 기억되고 싶진 않아요. 꼭 기억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웃음)
++++그녀의 눈 속 이야기
모든 색이 있는 도화지
흰색이다
Photo by 위성환 작가/ Model 뮤즈 & 우노
+ 뮤즈 님은 항상 웃는 얼굴이다. 그녀를 떠올리면 웃고 있는 반달눈과 매번 두 팔 벌려 꼭 안아주는 포옹의 따뜻함이 먼저 생각난다. 땅고(탱고, Tango)를 출 때 그녀는 아름답고 섹시한데 아주 고요하다는 느낌을 동시에 준다.
가장 순수하게 너와 내가 만나는 작업이에요. 거기엔 음악도 있죠. 음악을 들으면서 너도 이걸 느끼니 묻고 답하는 것처럼요. 아주 발가벗겨진 느낌 같아요.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인.
땅고에는 꼬라손(Corazon)이라는 말이 있어요. 심장이라는 뜻을 가지는데 상대와 나 음악 이 삼박자가 만나서 느끼는 희열, 일체감을 말해요. 단순히 테크닉적으로 훌륭하기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요. 나의 기분 상태가 최상이라도 느낄 수 없는 것이죠. 거기엔 상대와의 깊은 감정적 교류가 있어요. 그 밀도는 아주 강한 것이에요. 오랜 시간 춤을 추는 사람 중에서도 이걸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요. 이걸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도 전 즐거워요. 이상하게 뭐가 잘 안 되네. 하는 날도 즐거워요. 내가 생각한 완벽한 순서가 아닐 수도 있는 거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이 써 내려가는 시나리오에 내가 가는구나 이런 순응의 마음이 생겼어요.
그녀의 말은 듣다 보니 땅고가 그녀의 삶 같다. 그녀의 삶이 땅고이고. 그녀의 이름처럼 뮤즈는 어느 환경에서도 순간의 가장 순수한 기쁨을 상대와 나눌 수 있을 테니.
그녀는 인도의 사랑이라는 책에서 보았다며 한 대목을 내게 소개했다.
남자가 와서 문을 두드려요.
누구세요? 여자가 물어요.
남자는 대답했어요.
접니다.
문은 열리지 않았데요.
또다시 남자가 와서 문을 두드려요.
누구세요? 여자가 물어요.
남자는 또 같은 대답을 했어요.
접니다.
문은 열리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남자가 문을 두드렸고
누구세요? 라는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말했어요.
나는 당신입니다.
여자는 문을 열었답니다.
++조금 더 부연
한국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이름을 묻다 보면 그 뜻이 어딘가 제한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 비해. 그래서인지 자신이 새로 부여한 이름이 그분의 삶의 결이랑 훨씬 더 비슷하게 가는 것도 같다. 뮤즈 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선생님으로 뵐 때랑 또 다른 느낌이다. 고요한 스님. 와인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는데 별안간 오래된 사찰에 함께 앉아 있는 기분이랄까. 감정이 잔잔히 흐르는 그분의 눈이 어느 장소에 가도 어울리게 존재할 것 같다.
뮤즈 님은 땅고를 추고 가르칩니다. 오랜 시간 다양한 춤의 장르를 거쳐 땅고에 이른 후 그녀가 제대로 느낀 '너와 내가 만나는' 과정의 매력을 사람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저에게 땅고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기도 하세요. 레슨이나 땅고에 대한 문의가 있으신 분은 아래 페이스북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참 악뮤의 이찬혁 님 땅고 선생님이시기도 하세요. 얼마 전 나혼자 산다에도 출연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