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양균의 코드블랙 Nov 05. 2019

극한직업, 소방관 25시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아침은 삶의 경계에 선 이들의 다급한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다.


“거기 주소가 서울시 OOO이죠? 어디가 편찮으세요, 언제부터 가슴이 아팠나요, 시간은요? 가만히 앉아있어도 가슴통증이 지속됐나요, 통증은 쥐어짜듯이 콕콕 쑤시듯이 아프세요? 식은땀은요, 호흡은 어때요, 연령대가 어떻게 되시나요? 출동구급대에 연결하겠습니다. 아, 구급대원이죠? 신고자와 연결되어 있어요. 31세 남성이고요. 신고자 연결되어 있으니까 말씀하세요!”


사진=김양균의 현장보고


폭풍 같은 통화. ㄱ소방사가 휴 한숨을 쉬었다. 오전 9시~오후 6시에만 이런 구급신고가 30건이 넘고, 오후 6시~오전 9시에는 40~50건의 신고 전화가 밀려들어온다. 서울종합방재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일상은 늘 생사를 오가는 이들의 연락으로 시작되고 끝이 났다.


신고자가 전화기로 119를 버튼을 누르면 서울은 서울종합방재센터로 연결된다. 대단위로 이뤄지는 신고 중 의료지도와 관련된 것은 수초 안에 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 연결된다. 센터는 다시 신고자의 정보를 취합해 응급과 비응급으로 분류하게 된다. 이 과정이 중요하다. 출동 시 긴급 상황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일의 장점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거죠.”


ㄱ소방관이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어려운 점도 많다. 신고자와 전화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신고자가  일러주는 대로 응급처치를 하는지 확인이 어렵다. 최근 센터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있다. 바로 ‘스마트영상 응급처치’.  환자는 편리하지만, 소방관의 애로사항도 ‘조금’은 있다.


“얼굴이 너무 노출돼요. 이만하게 나온다니까요(웃음).”


사진=김양균의 현장보고


의료 상담은 음성에서 영상으로 ‘진화’했지만, 화면이 흔들리고 초점도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스마트폰으론 맥박이나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경험과 노하우를 믿는 수밖에. 매뉴얼도 도움이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소방관의 마음은 초조해지고, 입술도 바싹 마르곤 한다.  


“이 일하기 잘했다 싶을 때가 언제에요?”


“한번은 전화로 심폐소생술을 상담해주고 있었는데, 보호자께서 환자가 죽는다면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요. 현장에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겨우 협조가 됐어요. 아, 환자가 소생해서 응급실로 인계됐을 때의 그 기분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죠.”


ㅅ소방장의 말. 지난 8년 동안 사투를 벌인 그였다. 왜 소방관이 되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매번 체력의 한계를 맛보게 하는 격무는 그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15시간 동안의 야간 근무를 마치면 몸은 파김치가 됐다. ㅅ소방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소방관이 암 인자도 많고 단명 한다던데. 팔자려니 해요


한번 소방관은 영원한 소방관이라고 했던가. 이날 내가 만난 소방관들은 저마다의 직업병을 들려주었다. 갑작스런 사건이 생기면 전화기부터 손에 쥐고 본다고 했다. 지하철을 탈 때에도 수동으로 문을 여는 방법을 꼭 살핀다니 괜히 소방관이 아니었다.  


ㅂ소방관의 이야기는 또 어떤지. 그는 주소를 안 가르쳐 줄 때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가타부타 주소도 안 알려주고 무조건 빨리 오라고 소릴 지르는 거예요. 알아서 오라는 데 정말  환장할 노릇이죠. 통신사 기지국으로 조사해도 1~5킬로미터의 오차는 있거든요. 영화에서처럼 수신자 위치를 바로 알 순 없어요.”


전화를 해선 막말과 욕설, 폭언을 퍼붓는 이들이 많다. 너무 많다. 그렇다보니 이젠 욕먹는 것에 인이 배겼다. “욕은 실컷 해도 주소만 제때 알려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응급처치 안내를 해도 ‘나한테 시키지 말고 빨리 오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신고인에게 ㅂ소방관은 매번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한번은 목숨을 끊겠다는 사람으로부터 전활 받았다. 목을 맨 상태에서의 전화를 해서 말귀를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일분일초가 급했다. 눈앞에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도 신고자의 주소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구조출동을 한 소방관들은 문을 부수고 들어가 신고자를 살려냈다.  


“전활 받으면 딱 그래요. ‘지금 뛰어내릴 거야. 네가 부추겨서 뛰어내린 거야’라고요. 전 위치를 말하도록 계속 설득해요.” 어렵사리 위치를 확보하면 구조대와 구급대가 수분내로 출동한다. 다행히 실제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ㅂ소방관이 항상 당부하는 말.


뛰어내리지 마세요. 저희가 구해드릴게요


사진=김양균의 현장보고


당혹스러운 신고도 많다. ‘우리 아이가 아파요’란 다급한 전화에 구조대가 출동했다. 도착해보니 아이의 정체는 반려견이었다. 동물병원에 갈 것을 권유하면, 이송을 안 해준다고 생트집을 잡기 다반사. 마냥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반려견주의 생각 없는 신고로 구조대가 출동하면, 그 시각에 정말 구해야 할 인명 구조가 이뤄지지 못한다.   


병원에 가고픈 환자를 보호자가 가로막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난감하다. 만약 응급환자라면 상황은 더욱 급박해진다. 의료기관 가길 꺼리는 이유는 대개 응급실 진료비를 낼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설득 끝에 응급실로 이송을 해도 병원이 환자 받길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기피 사유는 여럿이다. ‘돈을 안 낸다', ‘주취환자다’, ‘상습자다’, ‘진료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서’ 등등. 구조대는 하릴없이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한다.


전쟁 같은 하루의 끝. 소방관에게 남은 건 보람 1%, 녹초가 된 몸 99%.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가 만난 소방관들의 바람은 소박했다.


4교대 근무만 해도 살 것 같아요


매일 응급환자를 살려내는 그들. 그러나 소방관의 어깨에 너무 무거운 짐이 얹어진 것만 같아 씁쓸했다.      


사진=김양균의 현장보고


이전 07화 17년만에 하는 특별한 결혼식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나는 투명인간을 보았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