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공모전 작업일지 5
나는 매일 아침 9시에 지인과 30분 정도 드로잉을 한다. 드로잉을 하고 나면 책상에 묻은 오일 파스텔 자국을 지우고, (수채화로 작업한 날에는) 수채화 물감과 수채화 물통을 모두 치운다. 그렇게 해야만 그 자리에서 그림책 스케치를 할 수 있다. 반대로 그림책 스케치를 하고 나면 지우개 가루가 대량생산되는데, 다음날 9시 드로잉을 위해 지우개 가루를 깨끗이 치운다. 이렇게 며칠 하고 나니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바로 느꼈다. 책상이 하나 더 필요했다.
집 안팎을 물색해 보니 잘 사용하지 않는 야외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나는 바로 야외 테이블 위에 컴퓨터 매트를 깔아 야외테이블 사이사이 구멍을 메꾸고, 노트북과 키보드를 올려놓았다. 야외 테이블은 바로 컴퓨터 책상이 되었다. 기존에 컴퓨터 책상으로 사용했던 책상은 드로잉 전용 책상으로 명명하고, 드로잉 도구들 바로 옆에 위치시켰다. 드로잉 책상으로 쓰던 책상은 그림책 스케치 전용책상으로 지정하고 연필, 지우개, 스케치 보드를 올려놓았다. 이렇게 책상이 하나 더 늘어나면서 작업실은 자연스럽게 기역 자 책상이 되었다.
보통 오전에 드로잉을 하고 12시 이후에 스케치를 하는데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살과도 딱 맞았다.
남향 창문이라 12시 이후로는 햇살이 내가 앉은 스케치 책상 쪽을 살짝 비켜갔다. 창문 앞에 큰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나뭇잎 사이로 아른아른 비치는 햇빛이 창문을 통해 내 책상을 두드린다. 이따금 내 눈이 그곳을 반겼다.
스케치 작업이 끝나고 수채화 모드로 작업실을 한 번 더 변경했다. 이번에는 책상의 위치는 그대로 두고 스케치 책상 주변으로 수채화 도구들을 배치했다. 이동식 카트 위에 수채화 붓, 여러 개의 물통, 마스킹액, 수건 등을 여유 있게 준비해두었다. 특히 최대한 작업하는 시간에는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통을 책상 주변에 여러 개 준비해 놓았다.
공모전 작업하는 동안 작업실 위치를 이렇게 두 번 바꿨다. 공모전 제출이 끝난 지금은 이때의 작업실 배치와는 또 다른 배치로 되어있다.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작업실배치도 계속 고민하고 탐구한다. 작업실 배치와 정리도 작업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