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효율충

by 안건백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제 분야에서 활동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우려고 합니다.”


거실의 티비에서, 인터뷰 한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남자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30대 초반 평범한 직장인 박정수.

그는 양치하며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입은 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는 지하철을 탔고, 동대문역에 도착하자 내렸다.

개찰구를 지나 지상으로 올라왔고, 걸어서 도착한 곳은 게임 학원이었다.

로비에서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강사가 정수를 맞이했다.


“정수 씨. 오셨어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주 만에 뵙네요. 허 허.”


“그러게요. 정수씨 티어 올리려면 매주 해도 쉽지 않은데, 화이팅 해봅시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정수는 바로 솔로 랭크를 플레이했다.

포지션은 정글이었고, 캐릭터는 강사가 추천해 준 마스터 이였다.

바로 옆에서 강사는 매의 눈으로 그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게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바텀에서 한 타가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잠깐! 지금 들어가면 룰루가 cc 씁니다. 뒤로 잠깐 빼요. 우리 자크 궁 쓸 때까지 대기 대기.”


강사의 지시대로 정수는 플레이했다.


“오케이. cc 다 빠졌다! w랑 q 연계. 딜러 점사!”


한 타는 정수팀의 이득으로 마무리됐다.

옆에서 강사가 잘했다며 정수를 칭찬했다.

그는 기분이 좋았지만, 동시에 기가 빨리는 것 같았다.


‘혼자 할 때에 비하면 확실히 실력이 빨리 느는 거 같은데, 선생님이 지켜보니까 긴장돼서 힘들긴 하다…’


정수는 프로게이머가 될 것도 아니지만, 주말에 게임 학원까지 다니는 건 이유가 있었다.

바로 고등학교 때 친구 규진이 때문이다.

규진이 외에도 온라인 게임을 함께 즐기는 친구들이 4명 정도 있었는데, 정수에게 못한다고 게임 중에 구박을 많이 하는 게 규진이였다.

그 친구는 운동 신경도 친구 중에서 항상 뛰어났고, 게임도 제일 잘 했다.

이상하게 게임에서 지고 규진이와 언쟁이 일어나면 그 여파가 오래갔다.


‘자기도 실수 한 거 있으면서, 나한테만 지랄이야. 건방진 새끼.’


그냥 혼자서 오래 게임한다고, 규진의 실력을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였다.

가능하다고 해도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수는 게임 학원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기가 빨리는 게임을 몇 번 반복한 뒤 학원을 나섰다.

정수는 지하철을 타고,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홍대입구역에 내린 뒤 익숙한 어느 음악 작업실에 도착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정수 씨. 어서 오세요.”


그를 맞이한 사람은 과거 랩 경연프로그램에서 3차 경연까지 진출한바 있는 래퍼였다.

정수는 마이크 앞에 섰고, 그의 선생은 모니터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미리 써온 가사를 비트에 맞춰 뱉으며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이뤄졌다.


“정수 씨. 끝에 메타포라는 단어 더 맛있게 해줄 수 있어요?”


“네? 어떻게?”


“너무 정직하게 발음하지 말고, 메타포우 이런 느낌으로. 알겠죠?”


그렇게 녹음 피드백 시간이 지나갔고, 녹음된 소리를 같이 한번 듣고 랩 메이킹 피드백이 이어졌다.


“여기 3번째 줄 랩 메이킹이 너무 올드한데, 이거 좀 바꿔봅시다. 그러니까…”


그렇게 선생님의 조언대로 랩과 가사도 수정한 뒤 2차 녹음이 진행됐다.

끝난뒤 들어보니 이전보다 퀄리티가 좋아진 것 같아 정수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추가로 랩 메이킹에 참고해 보라며, 기성곡 몇 곡을 추천받으며 수업은 마무리됐다.



***



정수는 중학교 때부터 래퍼가 꿈이었다.

그 꿈을 20대 중반까지는 가지고 있었으나, 군대를 갔다 오고 대학교 과제에 치이다 보니 랩 할 시간이 없었다.

졸업 후에는 취업 준비로, 취업 후에는 일에 치여 그 꿈을 잊고 살다가 최근 티비에서 본 랩 경연프로그램이 그의 열정을 기억나게 했다.

그리고 정수는 효율을 추구했다.


‘랩 녹음은커녕 랩 노래도 안 들은 지 몇 년 됐는데, 독학으로 하기는 너무 오래 걸릴 거야. 랩 레슨 받으면 빨리 늘겠지. 혹시 모르지! 그래서 경연프로그램 1차라도 붙으면…’



***



정수는 그렇게 밖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 뒤, 동네에 도착했다.

그는 집에 가기 전 선크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

향수 코너의 한 문구에 시선이 빼앗겨 정수는 멈춰있었다.


“뿌리기만 하면, 여자에게 번따 당하는 향이 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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