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사장님

by 안건백

우리 동네에는 재밌는 자리가 한 곳 있다.

어느 건물의 1층 자리인데, 오픈하는 가게마다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

조개구이에서 고깃집, 그리고 호프집, 또 감자탕집으로 나도 모르게 바뀌어 있는 신기한 자리, 하지만 누군가 폐업을 하면 그곳의 공실이 지구의 멸망을 가져올 것처럼 누군가 빠르게 그 자리를 채웠다.

나는 술을 좋아해서 동네 웬만한 식당이나 술집은 꿰고 있었고, 그날도 친구 녀석들과 어디 가서 한잔할지 고민 중이었다.

나와 일행 둘은 대로변을 걷다가 골목을 꺾고 들어갔고, 처음 말했던 그 자리에 짬뽕 전문점이 새로 오픈한 것을 발견했다.

“야. 전에 있던 감자탕집 망했나 보네.”

“그래. 여긴 맨날 가게가 바뀐다.”

“무슨 저주받은 자리인가 반년을 못 버티는 거 같다.”

“근데 솔직히 여기 자리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음식은 없었던 거 같긴 하다.”

“나 안 그래도 짬뽕 땡기는데, 속는 셈 치고 한번 가보자.”

우리 일행은 그 가게로 결정하고,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았다.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게는 깨끗했고, 어디서 본 듯한 인테리어가 친숙하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우리 말고도 몇 테이블이 더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사장님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바쁘게 주방과 홀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고, 다른 홀 직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방에서는 주방장이 열심히 웍질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저희 주문 좀 할게요.”

사장님의 얼굴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약간의 미소를 띠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네.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저희 짬뽕 세 개에 탕수육 중자 하나랑요. 소주랑 맥주 한 병 주세요. 참이슬이랑 카스로 주세요.”

“네. 손님 짬뽕 세 개, 탕수육 중자, 참이슬, 카스 한 병 맞으시죠?”

그렇게 주문을 받고 사장님은 다시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가게 앞에서 잠시 나눴던 주제로 돌아갔다.

“여기는 과연 1년 넘길 수 있을까?”

“어림없지. 여기도 얼마 못 갈걸.”

“근데 음식을 일단 먹어 봐야지.”

“솔직히 별 기대는 안 되는데. 이 자리에 개쩌는 식당이 올 리가 있겠냐?”

지나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과연 이 자리가 별로이기 때문에 별로인 식당이 생기는 것일까? 혹은 별로인 식당들이 자꾸 오기에 별로인 자리가 되는 것일까?’

나의 망상이 끝날 즈음 시킨 음식들이 나왔다.

사장님의 표정에서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노동으로 인한 피곤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음식은 평범했고, 기억에 남을만한 대화도 없던 술자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다. 한 장면은 기억나는데, 친구 녀석이 사장님에게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을 했었다.

“사장님. 혹시 여기 자리 잘 알아보고 오신 거 맞습니까? 제가 여기 토박인데 이 자리서 1년 넘게 장사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에이. 자신 없으면 시작도 안 했죠. 저희는 반찬도 직접 만들어요.”

“네. 사장님 열심히 하시네요. 음식도 맛있고 자주 오겠습니다.”

“네. 네.”

난 그 찰나의 사장님 표정이 기억난다.

나는 다르다. 자신 있다. 마치 아이폰을 처음 소개할 때의 스티브 잡스의 표정 같달까.

사장님의 그 자신감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인지, 인생의 경험으로 다져진 자신감인지, 이미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서 돌이킬 수 없기에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 같은 자신감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그 결연한 자신감은 세상에서 증발해 버리고, 짬뽕 전문점에서 이자카야 간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가게 사장님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