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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Jul 22. 2024

내 탓일까? 니 탓일까?

하게 만들어야 하는 자 vs 하기 싫다고 거부하는 자

본의 아니게 오랫동안 강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제야 내가 왜 힘든지 알게 되었다.


처음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학원 강사 생활은 재밌었다,

몇 살 차이나지 않는 아이들이 쌤이라고 따르니 무언가 된 것 같은 기분.

적당한 책임감으로 공부시키면서 어쩌다 날 잘 따라온 아이가 성적이라도 나오면 느끼는 소박한 뿌듯함.


그냥 조금은 더 대접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 생활을 보내고 나는 내 갈 길 갈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이 직업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나는 지금까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 시험이 끝나자마자 학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나에게 건넨 말은 "저랑 공부한 사회는 100점인데, 수학은 왜 이런가요?"


'네??? 네에??... 뭐.. 뭐라고요??' (내 속의 외침)


평소 잘 따라온 학생이었고, 나를 전적으로 믿어준 학부모님이었기에 충격은 꽤 컸다.


사실, 시험이란게 그렇다.


내가 잘 가르친다고 잘 보는 걸까?

그 아이가 똑똑하다고 잘 보는 걸까?

엄마가 지원을 많이 해준다고 잘 보는 걸까?

.

.

.

수백 가지의 질문이 생기지만, 해답은 있을 수 있어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정말 좋아서 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극극극소수.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아이들을 억지로 학원에 보내고, 그렇게 어디 저승이라도 끌려온 것 같은 아이들에게 하기 싫은 공부를, 그것도 잘~하게 만들어야 하는게 내 직업이었던 것이다.


내가 한 일이 그대로 내 결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든 결과는 남의 손에 달려 있는 직업.


그게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내 탓이냐, 니 탓이냐,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큰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며, 학생은 부모님의 선택이든 본인의 선택이든 '공부가 목적인' 학원에 왔다면 공부를 해야하는게 맞다.


그리고, 그 고통의 과정들이 모이고 모여 시험 날이 되었을 때, 하늘이 도와 '최상의 컨디션'이 하사 되어야 비로소 나의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탓을 하기 전에, 그동안 내 발자취를 되돌아 보고 남에게 탓을 돌려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과연 '내 탓일까? 니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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