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의 탄생
하루하루가 똑같았다.
새로울 게 없는 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속도는 왜 그리도 빠른지 그날이 그날처럼
이 세상에 와서 늘 새로웠던 날들은 어디까지였을까
그것을 셈하다가 아들이 제 아들을 안겨주었던 여름
나의 그 하루하루는 천천히 손을 흔들며 떠났다
세례성사를 받은 아기는 내게도 성사의 기쁨을 나누어주었다
작은 주먹에 움켜쥔 첫 가을이 붉게 물들어
첫 번 크리스마스의 산타 모자가 되고
함박눈이 내리던 날
아기는 바가지 퍼담아온 첫눈을 만지며 차가움을 느끼고
나는 모든 것이 처음인 손자에게 세상을 안내함며
함께하는 우리가 되자고 속삭인다
첫 돌이 되지 않아 모든 것이 처음인 너는
육십년동안 거기서 거기인 굴곡진 능선을 넘나들던 내게
함께 처음을 나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