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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펭귄 Oct 30. 2022

당신의 꿈마저 사랑합니다: 라라랜드

특성화고 영상과 선생님과 학생의 방과 후 수업

현우: 쌤, 제가 라라랜드 다시 보고 왔는데요, 쌤 말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소현: 그치? 이별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사랑을 보여줬지.

현우: 네.

소현: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어?

현우: 마지막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어요. 특히 5년 만에 만난 세바스찬과 미아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는 장면에서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소현: 나도 그렇게 봤어. 그 장면에서 눈빛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더라고.

현우: 근데, 둘이 이별했음에도 사랑하고 있다는 건 보이는데 무슨 이유로 사랑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알 것 같으면서도 잘 정리가 안 돼요.

소현: 애초에 둘이 이별한 이유가 뭐였다고 생각해?

현우: 서로 잘 안 맞아서 헤어진 거죠.

소현: 음, 그게 근본적인 이별 사유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현우: 네. 미아는 세바스찬이 원래의 꿈을 버리고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거기에 화가 났던 거잖아요. 그때부터 그 둘이 점차 어긋나기 시작했고요. 그러면서 안 맞는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흔한 이별 사유들처럼 차이가 생기면서 이별까지 간 거라고 봤어요.

소현: 나는 좀 생각이 달라. 근본적인 이별 사유는 안 맞아서가 아니라고 생각해.

현우: 그러면요?

소현: 그 둘이 보여준 갈등은 이별까지 이를 정도의 갈등으로 보이지는 않았어. 오히려 싸우고 헤어졌어도 세바스찬은 미아의 캐스팅 연락을 받고 곧장 미아를 찾아갔잖아. 도저히 맞춰 가려 해도 맞출 수 없어서 끝내 포기하게 된 그런 이별 사유가 아니라는 거지.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미아가 결정적인 오디션을 보고 난 직후 그리피스 공원에 앉아서 둘이 대화하는 장면이거든? 미아가 우리가 어디쯤 와 있냐고 물어보니까 세바스찬이 흐르는 대로 가자고 해. 그러니까 미아가 ‘영원히 너를 사랑할 거야’, 라고 말하고, 세바스찬도 ‘나도 영원히 너를 사랑할 거야’ 라고 답한단 말이야. 그런 대화를 나누고 둘은 정말 이별을 하게 되는 건데, 결국 서로의 꿈을 위해서 이별을 택한 거거든. 그러니까 근본적인 이별 사유는, 서로의 꿈마저 사랑했기 때문인 거야.

현우: 그게 어떻게 꿈을 위한 이별이란 거예요?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했을 뿐이잖아요.

소현: 그 대사를 하기 전에, 세바스찬이 미아보고 넌 프랑스로 가서 배우가 될 거고, 나는 여기 남아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게 될 거라고 말하거든. 결국 서로가 진정 원하는 꿈이 뭔지 너무 잘 알고 있고, 그걸 결코 막을 생각이 없다는 대사라고 볼 수 있지.

현우: 음…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소현: 응. 그러니까 둘의 이별 사유는 서로의 삶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인 거지.

현우: 오, 멋있다.

소현: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서로를 보고 미소 짓는 장면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사랑을 느꼈던 거겠지. 영원히 사랑할 거라던 둘의 말이 꿈을 이룬 서로를 보며 실현되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

현우: 그럼 이별했음에도 서로의 삶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게 영원한 사랑인 거네요.

소현: 빙고! 내가 발견한 영원한 사랑을 담은 영화라고 생각해서 라라랜드 얘길 했던 거야.

현우: 그럼 선생님은 라라랜드 같은 사랑을 해본 적 있어요?

소현: 이별했음에도 서로의 삶을 사랑하는 걸 말하는 거야?

현우: 네.

소현: 그런 거라면 있죠.

현우: 그런 사람이 선생님한테도 있다는 거예요??????

소현: 난 있으면 안 돼요?

현우: 아니요, 신기해서요.

소현: 근데 그 사람도 그럴지는 모르겠네. 적어도 나는 그 사람의 삶을 여전히 사랑하지.

현우: 서로의 꿈을 위해서 헤어진 거예요?

소현: 그렇다기보다, 서로의 꿈이 달라서 헤어졌다는 게 더 정확한 것 같아.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니까 각자의 길을 간 거겠지. 미아랑 세바스찬처럼.

현우: 이별로써 영원한 사랑이 완성된 거네요.

소현: 라라랜드에서도 세바스찬과 미아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영원한 사랑이 달성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아이러니하게 이별까지가 사랑이었던 거지.

현우: 쌤 아무리 그래도 이별을 하면 분명 상처가 되지 않아요?

소현: 그쵸. 상처가 되죠.

현우: 근데 머리론 알겠는데, 뭔가 합리화인 것 같기도 해요. 저번에 영화 ‘그녀’에서도 사랑하고 이별하면서도 또 사랑을 반복하는 게 사랑의 실체라고 했잖아요. 분명 이별이 상처가 되는 걸 아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이 사랑을 반복하는 이유가 뭘까요? 

소현: 아무래도 그게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기 때문이겠지.

현우: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뭔데요?

소현: 하나가 되고 싶은 거지. 영화 ‘그녀’ 보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갈망하는 거지. 온전히 나를 알아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거야.

현우: 음, 맞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든 친구든 명확히 나를 알아주는 것 같지 않을 때 되게 답답하잖아요. 그걸 타인과 하나가 되고 싶은 욕구라고 생각하면 공감이 되네요.

소현: 그치. 근데 그렇게 생각해서 맞춰나가는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으니 이별하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고 그러는 거지.

현우: 쌤 근데, 결국 하나가 된다는 건 자기 자신을 버려야 가능한 거 아니에요? 왜냐하면 서로가 완전히 똑같을 수가 없고, 그러니까 맞춰간다는 건데, 그러다 보면 자신을 일부 버려야 되는 거잖아요.

소현: 맞죠. 그래서 흔히들 사랑은 희생하는 거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거지. 근데 또 나를 완전히 내려놓고 상대방한테 맞추기만 하는 게 어려우니까 이별이 되고 그러는 거겠지?

현우: 그러면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보다 자기 자신이 더 우위에 있는 거 아닐까요? 영화 ‘더 랍스터’처럼요.

소현: 나 그 영화 안 봤는데.

현우: 사랑에 관한 영환데 재밌어요.

소현: 그럼 다음 주에는 그 영화로 얘기해볼까?

현우: 네. 제가 요즘 영화 분석력이 늘었거든요. 다음 주에 제가 ‘더 랍스터’ 분석한 내용 알려드릴게요.

소현: 아, 그러시군요. 기대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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