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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평 May 24. 2018

"아무도 없어요",  <버닝>을 보고 빈정거리다.

무슨 일들이야



<버닝>을 봤다.

(죄송합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touch my body가 울려퍼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너를 눕히고 올라타고 싶다는 기세의 해미와, 고자라도 된 마냥 주눅들어 콘돔도 못 끼는 종수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했다. 말하자면... 이 시대의 청춘이란 걸 둘로 나누면.... 크게 성중독과 성불능 두 종류가 되는 걸까... 아무튼 <버닝>은 발정난 여자애와 고자 남자애의 만남으로 힘차게(호호) 시작하는 영화였다.


울지말고강해져라그게니목표다


없는 것을 잊어버리면 된다는 궤변이나 그레이트 헝거 그딴 건 다 집어치우자. 그런 건 유의미한 은유도 아니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가 그랬었나. 그래서 뭐? 도식적 은유로 관객들을 현혹시키고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아무 의미 없는 거 아시죠 외치는 건 <곡성>까지만 하자구...


아임 스틸 헝그리 (그러시군요)


아버지가 공무원을 때려서 잡혀가고 홀로 남은 파주 집에서 종수는 아버지의 흔적을 들여다본다. 그 때마다 어김없이 의미심장하고 신경질적인 음악이 따라붙는다. 아버지의 유산에 다가가고 물러서길 반복하던 종수는 결국 영화 말미에 아버지의 칼을 유사한 방식으로 사용함으로써 아비를 계승한다. 그런데 뭐... 다 떠나서 그 아버지가 mbc의 최승호 사장이란 건 참... (하하)



아! 참,


일말의 진실을 담은 한 장면이 있다. 영화에서 종수가 아버지의 탄원서를 받으러 이웃에 들렀을 때 "계세요?"라는 그의 물음에 이주여성으로 보이는 여성이 대답한다.


아무도 없어요. 무슨 일이에요?
아무도 없어요.


그녀는 여기 있어요 대신에 아무도 없어요 라고 말했다.


뛰지말고 신고해 이자식아! (아참.. 이건 영화니까 사적 복수 해야 하지... 미안.. 공권력 out!)


<버닝>은, 이창동은, 청춘을 말하지만 여기에 청춘은 아무도 없다. 도식화된 청춘. 후줄근한 셔츠를 입고 진실을 다 알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종수가 있고, 그레이트 헝거 어쩌고 하면서 아프리카로 떠나는 해미가 있다. 섹스에는 존나 관심도 없고 (종수는 들끓는 창작욕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바보...! 그레이트 헝거라서 섹스할 때도 남산타워 창문에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만 바라보지요...!) 자위밖에 할 줄 모르는 자폐적 청춘 종수가 있고, 노을 아래에서 벗고 춤추는... 자유로이 해방된 (ㅋㅋㅋㅋㅋㅋㅋㅋ) 영혼 해미가 있다. 그래서.. 이게 진짜야? 뭐 진짜라는 게 애초에 없다고는 하지만...




- 계세요?

- 아무도 없어요. 무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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