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엄마랑 아빠는 왜 가끔 싸워?”
딸아이가 물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짧은 질문 속에 담긴 감정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아침, 아내와 난 작은 언쟁이 있었다. 목소리를 높인 건 아니었지만, 표정이 굳어 있었고, 대화는 짧고 차가웠다. 아이 앞에서는 의식적으로 조심했지만, 이미 다 느끼고 있었다.
딸은 그날 저녁 밥을 먹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는 엄마랑 아빠가 계속 사이좋았으면 좋겠어. 싸우면 나 때문인가 생각이 들어서 속상해.”
나는 조심스럽게 딸에게 말했다.
“유라야, 엄마랑 아빠가 다투는 건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야. 부부도 서로 다른 사람이라서 생각이 서로 다르고, 기분이나 의견이 안 맞을 때가 있거든. 그걸 맞추는 과정에서 다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딸은 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그럼 나중엔 헤어질 수도 있어?”
그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언젠가 그럴 수도 있다’라는 두려움을 가슴 어딘가에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하게 말했다.
“아니야. 엄마랑 아빠는 싸울 수는 있지만, 서로를 헤어지지 않아. 엄마 아빠는 싸운 뒤에도 다시 대화하고, 같이 밥을 먹고, 손을 잡고 산책하고, 밤이면 꼭 같은 침대에서 잘 거야.”
사랑하는 사람과도 다투게 되는 것이 인간관계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걸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논리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결국 아이는 말보다 행동을 먼저 본다. 우리가 보여주는 태도가 곧 대답이다. 아이는 부모의 관계를 통해 대화, 화해, 존중을 배울 것이다.
딸아이의 질문에서 우리 가정을 돌아본다. 앞으로도 다툼과 갈등은 생기겠지만, 그것이 미움 때문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기에 생기는 일이라는 걸, 딸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툼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