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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히 마주친 May 13. 2024

필자가 글쓰기를 비추하는 이유

안산에 갔던 이유

안산에 간 것은 대학 재학을 위해서였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왕복으로 다섯 시간이 걸리는, '부곡동'과 '선부동'을 구분 못하는 타지인이면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타는 일이 생기곤 하는, '안산드레아스'라는 별명이 있는.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문예창작과(이하 줄여서 문창과) 지망 입시생'은 혼자뿐이었다. 예체능반이 따로 없어서 문과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들었다. 수학1과 미적분 시간에는 미리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나선형 귀마개를 착용한 채로 시를 필사했다. '문예창작과 입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애들은 "논술 써?"라는 뚱딴지같은 질문을 하곤 했지만, "나는 너희랑 달라서 시를 쓴단다. 호호호."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입시는 시와 소설 둘 중 하나 선택해서 시험 보게 되는데, 필자는 시로 합격했다.)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미술이나 체육은 4등급으로 인서울 대학을 가는 도박을 하기 위해 뛰어드는 입시생이 과반수는 된다. 그러나 문창과는 다르다. 등을 떠밀어도 안 가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비추한다고 하면 "너는 하잖아?"라고 하겠지. 대부분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대겠다. 진입장벽이 너무 낮다. 아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빈자, 고졸, 여성, 장애인이면 못한다는 법도 없다. 대학원을 나와야지만 할 수 있는, 색맹이면 할 수 없는 직업도 있지 않은가. 그런 것도 없다. 맨주먹 불끈 쥐고도 할 수 있다. 어떻게? 세계 최고의 문학, 서양문학의 젖줄, '일리아스'는 구전이다. 종이와 랩탑을 살 돈이 없다면 입으로 떠들면 된다. 너무 훌륭하면 남들이 전해준다. '누구나 있다'는 말은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 입학할 때는 전원이 다 스타가 될 생각을 한다.

심지어는 쉽게 무시당하기도 한다. 글을 보여주면 지적을 해주겠다고 말하는 문외한도, 문창과 나와서 시집 잘 가서 남편 등골 빨면 된다고 말하는 새끼도 있었다.

이 정도 됐으면 눈치챘겠지만, 빨간 다리가 있는 대학교를 졸업했다. 안산시민 모두가 아는 그곳, 입학식에 탬버린을 들고 분장한 선배가 나오는 그곳 맞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문창과생은 결국 여기로 통한다'는 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바닥에 있던 내 자존감을 조금은 올려준 것 같다. 비록 자전거도 탈 줄 모르고, 아이폰 배터리 교체하는 것도 못하지만, 나도 잘하는 게 하나 있구나! 하고 말이다. 2년 만에 쓴 글이다.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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