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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udi Oct 27. 2019

100일 글쓰기 마라톤 - 60 -

운동 : 백 스쿼트 세미나

  어째서 갑자기 60번째이냐? 그것은 충동적인 육묘와 와병 등의 일정 속에서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고 쌓인 원고와 미뤄진 원고가 산더미지만, 오늘치는 쓰고 자자고 생각했고 오늘은 60번째 마라톤 데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매거진은 순서대로 연재되지 못할 운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쓰니까 괜찮다.

  오늘은 왕복 세시간 거리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백스쿼트 세미나를 들었다. 친한 운동광인인 지인분께서 좋은 트레이너가 무료 강좌를 한다며 적극 추천해주셔서 간 것이다. 약 1년 전까지 운동을 몹시 좋아하다가 리듬이 망가진 나를 지켜보며 딱하게 여겨주신 마음이 감사하기도 하고 정말 이런 동기부여라도 없으면 다시 운동을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수업을 받으러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업은 끝내주게 좋았다. 추천해주신 지인분을 워낙 믿어서 걱정을 안했지만, 역시 쓸데없는 소리 없이 정확한 동작 설명과 정말 유용한 워밍업 스트레칭 등 2시간을 알차게 꽉꽉 채운 좋은 수업이었다. 1년간 헬스장을 다니며 프리로 트레이닝을 하긴 했지만 pt를 받은 건 1개월 뿐이고 그동안 백스쿼트는 배운 적이 없어서 혼자 야매로 시도해 봤을 뿐이었다. 게다가 근 1년은 요가와 스트레칭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고 해서 중량 운동을 오랜만에 하는 게 걱정되었는데, 그나마 살기 위해 틈틈이 했던 스트레칭 덕인지 유연한 편이라는 평을 들었다. 프리로 60kg 까지 올려봤다는 말에 트레이너님이 좀 놀라셨는데, ‘그래서 이렇게 힘으로 딱...’ 이라고 하셔서 부끄러웠다. 나는 체력이 저질이고 지구력은 더 바닥이지만 운동신경은 좋아서 꽤 좋은 학생인 척 할 수 있다. 이런 성과감을 꽤 오랜만에 느껴서 기분이 더 좋았다.

  스쿼트를 할 때 양쪽 다리에 힘이 균등하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그걸 정확히 짚어 주셔서 정말 좋았다. 엉덩이를 더 뒤로 빼고, 오른쪽 다리에 힘이 쏠리는 경향이 있으니 왼쪽 다리에 힘을 집중하면서 자꾸 안으로 말리는 오른쪽 무릎을 의식적으로 바깥으로 밀어줄 것. 그리고 지금까지 바를 경추 부분에 대고 들어서 뼈가 눌려 아팠는데, 위치를 조정해주셔서 이제는 혼자서 바를 들어도 뼈가 아프지는 않을 것 같다.

  세미나를 추천해주신 지인님과 함께 같은 수업을 먼저 들은 분은 이 수업의 웜업 동작에 대해 ‘필라테스 고급반 수준’이라고 평하셨다고 했는데, 정확한 평이라고 생각한다. 한시간 반짜리 요가 시퀀스보다 고관절을 확실하게 이완시켜주어서 정말 신통하다고 생각했다. 이거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주시면 매일 할텐데... 매일 하겠지...?

  운동이 습관이 되면 운동 하러 나가는 게 귀찮아도 막상 하고 난 뒤의 성취감이 익숙해져서 자주 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의 나처럼 운동 습관이 망가지면 성취감은 머리로는 알지만 너무 흐릿한 기억이 되어버려서 귀찮음이 너무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호기롭게 등록한 집 근처 pt 샵도 제대로 나가지 않고 있었는데 (유산소 프로그램 비중이 높아서 넉다운이 빨리 된 첫 타임의 인상이 나빴던 탓도 있는듯) 오늘 배운 것을 톡톡히 써먹기 위해서라도 다음주엔 정말로 운동을 열심히 나가야겠다. 지금 다니는 센터에는 웨이트 랙이 없어서 좀 아쉬운데 지인분이 같이 운동하자고 불러주시면 열심히 쫓아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턱걸이를 할 수 있는 그 날까지... 기껏 내내 하체운동한 얘기하다가 왜 턱걸이 얘기하냐면 제 버킷리스트라서 입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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