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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에필로그

HERE'S LOOKING AT YOU, MYANMAR 

더운 나라의 닭들은 '피터 팬'의 악어처럼 배 속에 시계 하나 씩은 담고 산다. 이제 그만 너의 시간을 살러 가도록 해, 빛도 없는 이른 3시부터 이방인의 하루를 재촉한다. 


모든 여행은 돌아오지 않을 여행이다. 이곳을 모르던 때의 나로, 떠나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매 순간이 이별이다. 여행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일상을 살다가 다시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사는 것은 집에서나 므락우에서나 같다. 내 집에서의 하루 한 달이나 므락우에서 보낸 그만큼의 시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무르고 돌아가 이미 보낸 시간을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여행은 돌아오지 않을 여행이며, 그러므로 삶은 여정이다. 돌아오지 않을 여정이 쓸쓸한 길이었는가, 혹은 반짝이는 기쁨으로 충만한 길이었는가를 가름하는 것은 그 여정을 만드는 나의 선택일 것이다. 나처럼 DNA에 새겨진 길치의 선택은 번다히 잘못되어 쉽게 길을 잃기도 하고, 이 길이 맞다고 끝끝내 고집을 부리다가 돌아나오려면 한참 걸리는 막다른 길에 들어서는 일도 잦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길을 찾아 여정을 계속할 수 있도록 손 내밀어주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인연들을 만나는 곳 역시 길 위에서이다. 여정 중 만나는 인연까지 내 선택과 의지로 연출할 수 없는 터라, 그것이 뭉클하고 유쾌한 인연이었다면 더 말 할 것 없는 신의 안배이고 선물일 것이다. 또한 안타깝게도, 내가 어쩌지 못하는 느닷없는 스콜을 만나거나 호시탐탐 내 등과 호주머니를 노리는 악당들이 기다리고 있는 길도 있다. 그 짙고 의도적인 악의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두렵고 무섭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여정이고, 내 삶이기 때문이다.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서 '양질'의 여정을 마감하고 싶기 때문이다. 


삔우린으로 가는 곡테익 열차 안에서 내다 본 풍경. 이토록이나 부지런한 미얀마는 어느 곳을 가도 만날 수 있었다. 


곱게 갈아놓은 밭과 둥글고 단단히 쌓아놓은 볏가리. 이토록이나 단정한 미얀마 역시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소를 모는 목동처럼 느긋하고 따뜻하며 반짝이는 미얀마는 굳센 박동을 회복할 것이다. 가리는 것 많고, 싫은 것도 많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101가지도 넘게 읊을 수 있는 닳고 색 바랜 염개미가 아니라, 지금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새 오늘'에 대한 토실토실한 기대감으로, 나는 나의 여정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HERE'S LOOKING AT YOU, MYANMAR. 

HERE'S LOOKING AT YOU, TRAVELLERS. 

HERE'S LOOKING AT YOU, KID. 


모든 생에게,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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