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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UK Sep 25. 2024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내가 더 이상 날 포기하지 않게 해 줘.

힘들다는 말조차 힘들다.

사랑한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니지만 잘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매일매일이 불안의 연속이다 내일은 더 잘할 수 있겠지 아니 그다음 날은 더 , 아니야 그 다음다음날은 더... 이러다 문득 난 왜 잘해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생각의 깊이는 끝이 없어서 우주 저 멀리 날아가듯 날아가 버린다.


못하면 어때라는 생각이 들다 가다도 완벽해지고 싶은 내 욕망은 나를 잠식시킨다.

그래 나는 완벽해 보이기를 원하는 것 같다 완벽해 보이기를.

실은 완벽하지도 완벽하고 싶지도 않은데 보이는 모습을 원하는 나 자신이 싫다.


마치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걸까.

힘든 날이 연속이 되면 안 하던 짓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당하지도 못할 거면서.



“안녕”

인사 한마디에 대답은 했지만 무엇을 생각했고 답했는지 모르겠다.

“잘 가. 수고했어.”

두 마디에 같은 말로 대답할까 다른 대답을 할까 고민을 하다 결국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제 곧 봄인데, 나만 검은색을 입는다.

하긴 봄에 밝은 색 화사한 색만 입으라는 법은 없지.

자꾸 뒤틀린 생각이 나를 삼킨다.

나에게 남겨진 감정은 검정뿐.

행복한 일은 잊은 지 오래다.

모든 일은 그냥 일어나고 지나가버리는 시간이다.

내 감정도 마찬가지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냥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내 안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법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울고 싶지 않을 때 눈물을 삼킬 수 있었으면.

화나고 싶지 않을 때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으면.

모든 일에 싫증이 나버린 나는 나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 놓아줄 수 있을 것 같다.

하긴 잡은 것도 별로 없나.

탓하고 싶지만 탓할 사람도 없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그만하고 싶은 생각도 지겨워진다.

제발 날 놓아줘.

내가 더 잘할게. 할 수 있는 건 전부 할게.

날 그만 보내줘.

내가 더 이상 날 포기하지 않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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