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x소 근처에 붕어빵 판대. 친구 말로는 거기서 초코맛 붕어빵을 파는데 엄청 맛있대. 학교 갔다 와서 먹고 싶은데 엄마 사다 줄 수 있어?"
예고됐던 첫눈은 예고되지 않은 것처럼휘몰아쳤다. 폭설로 마비된세상 이야기가인터넷뉴스로 뒤덮었다. 이 정도면 자연이 보내온 경고쯤 되려나? 첫눈이 무섭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으니. 이런 날 나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붕어빵 가게로 향했다.
'초코맛 붕어빵이라... 어떤 맛일지 궁금하군.'
눈 알갱이가 세찬 바람을 타고 뺨에 부딪친다. 성난 바람에 앉은 눈 알갱이는 우산을 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점점 더 굵어져 온몸에 파고들었다.
'으윽, 초코맛 붕어빵이고 뭐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
붕세권(붕어빵을 파는 곳이 가까운 주거 지역)이 아닌 듯 맞는 듯 10분 정도를 걸어가는 길은 예상보다 더 험난했다. 겨우겨우 도착한 붕어빵 가게 앞으로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절망적인 모습에 동공이 잠깐 흔들렸지만, 딸아이와의 약속을 지키는 엄마가 되기로 결단하고 줄 서기에 합류했다.
'내 앞에 4명이 있으니 십 분쯤 걸리려나?'
예상보다 길어지는 시간 동안살벌한 추위에 정신도 얼어붙는 듯했다. 겨울이 되면 붕어빵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당X 마켓에서는 붕어빵 노점 위치가 어디 있는지,일명 붕어빵 지도정보를 제공한다 하니 이쯤 되면 붕어빵을 대표 K-음식에 합류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출처- 영남일보 기사
한국인들은 붕어빵을 왜 이렇게 좋아할까?물론 달콤하고 부드러운 붕어빵은 냄새부터 맛있다. 요즘엔 다양한 속 재료를 사용해 먹는 재미가 배가 됐다. 치즈, 과일, 아이스크림까지 속 재료로 사용한다 하니 한국인들의 창의력은 가히 대단하다. 이런 다양한 재료로 미각을 자극했다면, 붕어빵은 감성도 자극한다.추억의 붕어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붕어빵에 얽힌 추억 한두 개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듯, 붕어빵은 어린 시절의 따끈했던 기억을 소환시킨다. 라떼는 말이야.. 붕어빵이 아니고 풀빵이었다고.고등학교 시절 집에 가는 길에 진지하게 묻던 친구의 표정!
"너는 풀빵이 좋아, 붕어빵이 좋아?"
드디어 내 차례가 임박했다! 포장마차 밖에서 기다리다 천막 안으로만 들어와도 노릇노릇 구워지는 붕어빵 냄새와 열기에 마음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저 팥 붕어빵 4개랑, 초코 붕어빵 5개 주세요. 으윽, 너무 춥네요."
"밖에서 많이 기다렸죠? 어묵 하나 먹으면서 기다려요. 국물도 좀 따라 먹고."
"그냥 먹으라고요? 죄송스러운데.."
"어묵 팔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손님들 주려고 하는 거지."
그때 붕어빵 가게 뒤에 있는 카페 주인이 왔다.
"자네도 어묵 하나 먹어. 카페에 손님은 많아? 눈이 와서."
"눈 때문에 손님들이 밖을 못 나가고 쪼르륵 앉아 있네요. 허허. 저도 붕어빵 좀 주세요."
어묵과 국물을 먹으며 붕어빵 사장님과 카페 사장님의 정겨운 대화를 듣다 보니 어느덧 주문한 붕어빵이 완성되었다. 팥 반, 밀가루 반의 원칙을 고수하며 만들어진 사장님의 따뜻한 인류애에 다시 한번 존경의 눈빛을 아니 보낼 수 없었다.
아! 한국인들이 붕어빵을 좋아하는 이유 한 가지 더!
붕어빵 사장님을 통해 전달되는 따스한 정.내가 누구인지, 내가 요즘 어떤 고민에 휩싸였는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푸근한 정으로 위로받고 용기를 얻은 느낌이 드니 붕어빵 가게는 한국인의 작은 쉼터쯤 되지 않으려나?
첫눈이 차갑게 내리던 그날 오후, 따끈한 붕어빵을 가슴에품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새삼 가벼워졌다. 여전히살벌한 얼음 알갱이가 얼굴을 스쳤지만 기분 좋은 미소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