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매번 아침을 깨우는 건 아니다
“야, 나 강아지 입양했어.”
“엥? 웬 강아지?”
“아기 시바가 눈에 밟히는 거야!”
코코를 키우는 내가 부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친구는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다. 강아지는 안 키울 것 같은 친구가 입양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심 옆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고 지켜보며 간혹 시바의 안부를 묻곤 했다.
친구네 시바는 우리 코코와 털 빛깔과 몸매 그리고 성격 자체가 모두 달랐다. 시바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엄살’이다. 정말 엄살이 심해서 동물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울부짖는다. 심지어 이게 유튜브 영상으로 여러 편 올라와 있을 정도다. 그래서 막연히 엄살 심하고 소심할 거로 생각했다.
원래 시바견은 행동이 민첩하고 영리하며 화가 나면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충성심과 경계심이 강하며 독립적이다. 경계심 때문에 가족이나 친한 사람을 제외하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친구네 시바견은 약간 달랐다. 걱정과 달리 친구는 반려견과 잘 지내고 있었다. 시바견의 특징을 공부하고 사회성을 어릴 때부터 길러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한다.
나한테 코코의 향이 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크게 경계하지 않았고 예쁘다고 만져줬더니 곧 애교를 부렸다. 친구는 시바의 사회성 기르기를 위해 강아지 공원을 자주 오갔다고 했다. 실제로 나도 몇 번이나 따라가 봤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고민을 토로했다.
“아, 힘들어 죽겠어. 강아지가 자꾸 아침에 깨워!”
친구네 시바가 아침에 배가 고파서 일찍 깨운다는 거다. 물론 밥만 주면 도로 자면 되지만 일어나서 사료를 챙겨준다는 거 자체가 이제 그만 자라는 일종의 신호라 더 자기도 힘들단다. 친구는 한숨을 푹 쉬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그러면서 딱 한 마디 남겼다.
“나 닮아서 예민한 것 같아!”
친구네 시바와 달리 우리 코코는 늦게까지 잔다. 중간에 화장실 갈 때만 일어나 볼일을 보고 도로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잔다. 심지어 배도 안 고픈지 사료통을 긁거나 찾지도 않는다. 그래서 친구네 시바견이 더욱 신기했다. 우리 코코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친구네 시바견 이야기를 듣고서야 코코가 평균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가 가진 생각들은 편견이지 않을까?
어쩌면 강아지가 평균 50% 잔다는 말을 너무 콱 믿고 있었을 수도 있다. 사람도 다양한 수면시간을 자랑한다. 어떤 사람은 하루 4시간만 자도 쌩쌩하고 어떤 사람은 하루 8시간은 무조건 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강아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평균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치고 개마다 다르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 다름은 선천적인 것도 있겠지만, 친구네 시바견처럼 주인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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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개인 소장 및 픽사베이,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