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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코코 누나 Feb 26. 2023

보호자의 무지는 동물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 생기는 일들

펫숍은 강아지도 팔고 각종 용품도 다양하게 판매하는 곳이다

펫숍에서 사 온 강아지


투명한 유리 벽 너머 하얗고 작은 강아지들을 본 적이 있는가?
저도 모르게 그곳에 들어가 충동적으로 강아지를 사본적이 있는가?


우리 집은 있다. 투명 유리 벽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펫숍으로 강아지와 용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펫숍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곳은 강아지 장이다. 손님이 보기 편하게 대부분 유리로 되어 있고, 안에는 물병과 배변 패드가 같이 들어 있는데, 사람으로 치면 방에 침대와 변기가 같이 있는 셈이다. 동생이 굳이 펫숍에서 아기 포메를 데려온 이유는 뭘까?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을 보면 하얗고 예쁘게 생긴 포메라니안이 마음에 쏙 들어 처음부터 정해놓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강아지를 봤다고 했다. 더 저렴한 강아지도 많았지만 비싸도 얼굴이 가장 마음에 들고 활발해서 마음에 쏙 들었단다. 사실 요즘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슬로건도 많고 강아지 복지를 생각하면 이 부분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런데 그때는 펫숍 외에 어디서 강아지를 데려와야 하는지 잘 몰랐고 정확히는 관심도 없었다.


기사에 따르면 5개월이 지나도 팔리지 않은 강아지 중 암컷은 공장으로 가 강아지를 생산하는 모견이 되고 수컷은 식재료로 팔린다고 한다. 수요가 없어야 공급이 없는 거라 복잡한 마음이지만, 식재료가 될뻔한 걸 나름 구조했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면서도 씁쓸하다.


코코는 울타리 밖을 늘 벗어나고 싶어 했다.


울타리가 싫은 아기 코코 VS 눈치 없는 주인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식구가 된 코코를 처음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병원에서 가져온 물품을 거실에 진열한 후 울타리를 친 채 그곳에서 생활하게 했다. 의사의 조언도 있었지만 딱 봐도 너무 작아 우리가 발이라도 한번 잘못 움직이거나 모르고 건드리면 코코를 압사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나름대로 동물병원 안 보다는 넓으니 생활하기 괜찮을 거라고 멋대로 판단해 버렸다. 그런데 코코는 아니었나 보다.


코코는 갑자기 넓어진 공간에 적응을 못 하고 소변을 창틀에 보기 일쑤였다.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 넓은 공간으로 나오고 싶었는지 매일 방방 뛰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뛰는 코코를 보며 안된다고 말릴 게 아니라 울타리를 없애버리고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두었다 잘 때만 신경 쓰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의사의 말을 너무 콱 믿고 무조건 울타리 안에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나오면 절대로 안 돼.’라고 주문을 건 것처럼 말이다.


강아지는 자유롭게 산책하고 뛰어다니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그 행동을 후회한다. 사실 코코는 내내 답답한 공간에 살아, 난생처음 넓은 공간을 눈앞에 보고 있어서 호기심이 생기고 여기저기 누비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원래 강아지는 집과 배변 장소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한다. 우리는 코코에게 거실 한편을 제공하며 더 넓어졌으니 좋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했지만 사실 약간 더 넓어졌을 뿐이다.

어찌 보면 인간의 편리 때문에 동물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고 제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픈 보호자를 만난 강아지에게 일어난 일


코코가 집에 왔을 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2개월 아기라서 산책도 못 하고 뭐든지 조심했다. 그런데 한 살이 채 되기 전 다리를 들고 걷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해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슬개골 탈구라고 했다. 슬개골 탈구가 발병되고 나서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한 살이 되기 전 발병하는 건 후천적인 건 아니고 선천적인 거라고 한다. 이럴 때 뛰는 행동은 매우 안 좋으므로 자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순간 막 집에 와서 울타리 안에 있었을 때 방방 뛰던 코코를 적극적으로 말리고 차라리 울타리를 치워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나는 코코의 표정과 원하는 바에 대해 단 한 가지도 몰랐다. 그때 제대로 살폈더라면 코코는 더 건강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아기 때부터 탈구에 걸린 코코는 결국 약을 먹기 시작했고 서울에 데려가 수술시켰다.


코코를 키우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무지한 보호자는 강아지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강아지를 키우려면 보호자는 공부해야 하고, 관심을 두고 관찰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땐 코코의 하나하나가 신경은 쓰이는데 알 수가 없어서 동물병원에 전화도 여러 번 했다. 남에게 의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보호자의 태도임을 알고 나서는 책도 읽고 인터넷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금은 코코의 표정과 태도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웃는 얼굴, 우울한 얼굴, 원하는 것, 눈치 보는 것까지 모두 말이다.


 물론 더 나이 들어 발생할 수많은 변수가 걱정되기는 한다. 어느새 열 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 개인소장 및 픽사베이,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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