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 년에 한 번 아빠를 보러 경남 하동으로 내려간다. 경기도에서 경상도까지 자동차로 꼬박 다섯 시간은 운전해야 도착하는 먼 거라 매번 코코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보통, 1박 2일로 다녀올 때가 많은데 이때 혼자 둘 것인가, 어디에 맡길 것인가, 같이 갈 것인가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경남 하동에서 더 내려가면 통영이 있다. 매번 하동에 들러 산소 둘러보고 진주에 가 친척들과 식사한 뒤 돌아오기 바빴다. 먼 거리까지 내려가는 데 목적만 이루고 여유 없이 다녀와서 아쉬운 마음에 작년에는 2박 3일로 간단한 관광도 하기로 계획했다. 문제는 코코였다.
우리나라는 강아지가 못 가는 곳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는 아직 강아지가 못 가는 곳이 많다. 식당이나 관광지에 웬만하면 ‘강아지는 데리고 오지 마세요.’라는 금지 표시가 붙어 있다. 지방에는 코코와 같이 갈만한 펜션도 그렇게 많지 않아 코코를 호텔링을 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동생과 나의 긴 전화 전쟁이 시작되었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온 게 불과 2년 전인데 그사이 호텔링을 한 적이 없어서 괜찮은 곳을 알지 못해 일단 집 주변부터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몇 군데는 시간이 안 맞거나 우리가 맡기려는 시간과 업체가 원하는 시간이 달랐다. 어떤 업체는 시간과 장소 다 괜찮았는데 강아지에게 기저귀를 채운다고 한다. 생각보다 그런 업체가 많아 당황스러웠다.
계속 기저귀를 갈아줄 것도 아닐 게 뻔한데 털도 있는 애가 짓무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기저귀를 채우는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전화를 했을 당시 계절이 여름이어서 더 어이가 없었다. 결국, 집 주변에서는 맡길 수가 없었다. 업체만 편하려고 하는 술수 같아서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그런데 아쉬운 건 우리라 어쩔 수 없이 동생과 또다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결국, 집에서 30분 거리의 옆도시까지 갔다.
편리한 키즈노트
업체에서는 하루에 한 번 키즈노트 앱을 통해 강아지 사진을 올려준다고 한다. 그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미혼이라 키즈노트를 말로만 들었지 어떤 형식인지 전혀 몰라 막연한 궁금함이 있었는데 이번이 그 궁금증을 풀 기회였다. 실제로 써보니 카톡으로 사진을 올려주는 것보다 훨씬 깔끔했다.
호텔링 첫날 생각보다 표정이 밝았다. (업체에서 올려준 사진)
코코를 처음 안에 두고 올 때 어찌나 마음이 안 좋았는지 모르겠다. 표정이 마치 ‘날 왜 두고가?’였기 때문이다. 억지로 떼어놓고 직원분께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코코를 맡기고 차 안에서 혹시나 사진이 올라왔을까 하는 궁금증에 계속 키즈노트를 들어가 확인했다. 올라오지 않으면 실망하고 창밖 풍경을 보며 애써 마음을 눌렀다. 점심때쯤 코코 사진이 올라왔다. 생각보다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혀까지 길게 내민 채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 걸 보니 서운하면서도 안심이 됐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오후 사진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오전과 달리 표정이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분은 친구들과 잘 놀았다고 하는데 아침과 달리 혼자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마 낮에는 잠시 놀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오후가 돼도 식구들이 오지 않아 초조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불안한 마음에 다음날도 키즈노트를 켜고 사진을 확인했다. 이틀째라 다행히 좀 적응했는지 혼자서도 표정이 좋았고, 친구들과도 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몇 년 전 지인이 한 말이 있었다. 그때도 우리가 긴 여행을 가느라 코코를 호텔링을 했는데 지인이 대신 코코를 보러 갔다. 내내 걱정을 하고 있으니 지인이 사진을 보내며 말했다.
“갔더니 코코가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있더라. 잘 지내던데.”
평소 사회성이 없어서 강아지랑 잘 못 지내는 걸 자주 봤는데 언니의 말은 정말 의외였다. 오히려 보호자의 과보호가 강아지의 사회성을 방해하는 건 아닌가 하는 깨달음이 들었다. 막연히 잘 지낼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 날 친구와 놀지 않고 창밖만 보는 사진이 올라왔다. (업체에서 올려준 사진)
다시 만난 가족
집으로 돌아오는 날 오전에 올라온 사진은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코코가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창밖만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우리 식구를 기다리는 것이다. 수많은 강아지가 있지만 내 코코만 눈에 보이고 얼른 데리러 가야겠다는 마음만 들었다.
그런데 차가 막혀 자칫하면 하루 더 호텔링을 할 수도 있었다. 코코 표정을 보면 안 될 것 같은데 불안해서 휴게소도 최소한으로 들리고 최대한 서둘러 갔다. 그렇게 다시 코코를 만났다. 코코를 키운 지 십 년쯤 되니 이제 우리 식구들은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서로 간절히 기다렸다는 걸 말이다.
보호자는 사진만 봐도 안다. 행복·슬픔·무관심·기쁨 그 모든 감정을 공유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반려견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가족이라는 의미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걱정을 하고 행복해한다. 그리고 보호자가 반려견을 걱정하듯 반려견도 보호자를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