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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밤

러시아 영토를 닮은 한 사람이 떠올랐어

by 물들래

S 명돕니다

음색에 반했지

명도와 채도가

적당히 섞인 목소리

첫 귀에 반해버렸어

두 번째 다시 만난

그의 이름이 바뀌어버렸네

명동이래

명도가 아니래

늘 밝기만 한 이름은 싫어

그런데도 함께 써온 역사

35년간의 아찔했던 동행이 고마워

이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

모스크바의 밤

술 한잔 앞에 두고 있으면

자꾸 떠오르는 남자

푸시킨 광장에 만월이 찼어

늘 밝기만 한 당신 이름 써보았지

마음만큼은

러시아 영토를 닮은 남자

도스토옙스키의 깊이

톨스토이의 넓이

푸시킨의 감성

파스테르나크의 열정

안톤 체호프의 블랙 유머

모두가 당신 안에 있음을 알아

혼자 걸었지만 둘이었어

옆에 서 있는 건 당신이었어

당신 마음이 내내 함께였어

노보데비치사원을 걸으며

백조의 호수 영감 얻은 호수 바라보며

엠게우 그 찬란한 캠퍼스를 걸으며

모스크바 유람선에 몸 싣고 와인잔 기울이며

낙엽송 울창한 짜리찌노 공원 산책하며

푸쉬킨에 취해 고리키공원 산책하며

이즈마일로보 마켓에서 마트료시카 마주 보며

돔끄니기 서점 산책하다 북토크 참관하며

차이콥스키 음악원 노천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마야콥스키 극장 앞 낯선 행인 보폭에 놀라며

체호프 예술극장에 들어서는 연극배우 바라보며

볼쇼이극장 앞에서 휘황찬란한 야경 마주하며

푸시킨 미술관에서 샤갈의 작품에 젖어들며

톨스토이 집 박물관 아름다운 정원 산책하며

아르바트거리 빅토르최 추모벽화를 마주하며


당신은 내내 함께였지

힘든 어깨를 토닥여주다가

묵직한 중저음 음색으로 격려했어

당신 참 용감해

긴장의 끈 놓지 말고

무사히 여행 마치고 와

다정한 음표 되어

귀에 울리는 당신 목소리

모스크바 깊은 밤

숙소 가까운 카페에 앉아

맥주 한잔 하노라니

당신 생각 간절하네

고맙고 감사해요

내 마음속에 오롯이 자리한 명도 씨



2018년 여름, 푸시킨 광장에서 느끼고 아르바트거리 벤치에 홀로 앉아 만월을 보며 쓴 시 한 편, 35년 룸메에게 바치는 詩


1577007204124.jpg 2018년 여름 노보데비치 사원 앞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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